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은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한국노총도 오는 31일 열리는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 회의에 모두 불참키로 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과 3건의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고, 원안은 논란 끝에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김명환 위원장은 자정 무렵 "새로운 2019년도 사업계획을 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수정안은 경사노위 불참, 조건부 불참, 조건부 참여 등 3개 안이었는데 '경사노위에 참여하되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을 강행하면 즉시 탈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참여안 토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한 말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이 조건부 참여안이 가결될 경우 원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다.
조건부 참여안이 부결되고 원안에 관한 찬반 토론을 할 차례가 되자 일부 대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원안을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회 선언을 하고 지도부 논의를 거쳐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작년 10월에도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정족수 미달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전체 대의원 1273명(사고자 3명) 중 977명 참석으로 개회해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때 대의원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1046명에 달하기도 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우(右) 클릭' 행보를 우려하며 민주노총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시급한 개혁 과제를 실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이 이번에도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사회적 대화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2월 총력투쟁, 4월 총력투쟁, 6월 말 총파업·총력투쟁, 11∼12월 사회적 총파업·총력투쟁 등을 예고한 상태다.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두 번이나 대의원대회에 부쳤는데도 결론을 끌어내지 못한 김명환 위원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 원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하자 경사노위 참여에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부 대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대놓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질서 있는 토론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인 이상, 이후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으로 반영해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민주노총은 안팎으로 갈등을 겪게 될 전망이다.
내부 갈등으로 당장 2, 3월에 예고된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개편에 민주노총이 외부에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마저 이날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려 한다며 잠정적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중단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31일 열리는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와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회의 모두 불참키로 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잠정적으로 불참하는 대신 정부에 노조법 전면개정, 노동시간제도와 관련한 전향적인 개선안을 요구하는 노정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22일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