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국제 레이더] 美 '셧다운' 사태에서 펠로시에 굴복한 트럼프, 다음 카드는?

 

"트럼프 국정연설, 셧다운 해소 이후" 밝힌 펠로시 하원의장 (워싱턴 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 시장단 동계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美 연방정부의 역대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일단 해소됐다. 멕시코와의 장벽 건설에 필요한 57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비상 사태 선포' 카드까지 꺼내들며 민주당과의 힘겨루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야당인 민주당이 ‘장벽예산 제로(0)’ 지출법안 하원 처리로 맞불을 놓으며 강경 자세로 일관하자 일단 한발 물러났다.

특히, 미국 민주당 일인자인 '백전 노장'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35일간 셧다운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분열된 민주당을 결집 시키고, 자신의 대중적 지지도까지 끌어 올렸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민주당에 대한 '적전 분열' 시도 했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은 '셧다운을 풀지 않는 한 장벽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며 '장벽예산 없이는 셧다운 종료는 없다'던 트럼프의 무릎을 꿇리게 만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의회에서 이렇다 할 견제도 없이 무소불위로 군림해 온 트럼프,  ‘협상의 달인’ 으로 자처해온 그가 지난 12월 중간 선거를 통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다. 적어도 국내 정치에서 탈도 많던 그의 일방적 질주는 이제 마침내 끝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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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다음 달 15일까지 3주간 셧다운을 풀고 정부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하원 협의회를 가동, 국경 예산 문제에 대한 담판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첨예한 입장 차이를 좁히면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3주간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다시 셧다운에 돌입하거나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장벽 예산 집행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벽 예산 싸움 1 라운드에서 '항복'하며 체면을 크게 구긴 트럼프가 이대론 물러날 수 없다며 나름대로 ‘반격’을 구상 중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25일의 합의가 "결코 양보가 아니었다. 만약 21일 이내에 (국경장벽 예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릴 것이라는 전제 아래 셧다운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수백만 명을 보살핀 것"이라고 설명 했다.

2020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 권력을 유지할려면 트럼프에게 지난 대선에서 표를 몰아준 백인 복음주의자 등 자신의 핵심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자신이 약속한 멕시코 장벽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 공약 이행을 위해 ‘셧다운’ 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중도층 유권자들의 이탈만 가져오고 예산 확보에 실패해 보수 지지층도 실망시킨 꼴이 됐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 진행되는 가운데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언론은 미국의 견고한 경제 성장, 실업률 하락, 한반도 비핵화 회담 등 그가 지난 2년 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 보다는 셧다운 사태에 대한 트럼프 책임론을 부각시키는데 주목했다. 지지율은 바닥이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까지 재점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야말로 우울한 2주년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 트럼프의 "협상가로서의 능력 부족을 어느 때보다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제 2차 북.미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와 '기싸움'을 벌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