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양이' 띄우는 中…한발짝도 못 떼는 한국

2019-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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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ㆍ부동산ㆍ금융 빨간불…실용ㆍ개방 앞세워 경기부양

韓, 규제ㆍ대립에 막혀 전기차ㆍ공유경제 시장선점 불투명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지난 9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방경제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신묘(新猫)’식 경기부양책이 전개되면, 한국경제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경쟁우위에 놓였던 첨단분야 제조업에서도 중국 추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한국 산업은 그야말로 도전과 경쟁 앞에 서게 된다.

글로벌경제 둔화속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한 국제사회는 중국경제 부활이 절실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그 사이 우리나라 산업은 중국과 경쟁은 물론, 협력을 통해 경제성장의 반전을 모색해야 할 시기를 맞게 됐다.
틈새시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산업 창출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 역시 가볍게 흘려들을 일이 아닌 상황이다.

◆"중국 실용·개방정책, 이유 있다"

최근 중국경제가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한 데는 △수출 △부동산 △금융 등 3개 부문에서 적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던 2016년에 비해 2017년과 지난해의 경우, 10% 안팎의 견조한 수출 흐름세를 보여오긴 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수출증가율이 5.4%로 내려앉더니 12월에는 4.4% 감소세를 보이며 마이너스 상태를 보였다.

12월 미국·일본·유럽연합(EU) 수출증가율 역시 각각 -3.5%, -1.0%, -0.3%를 기록했다. 제조업 수출도 함께 둔화되기는 마찬가지다. 2018년 10~11월 화학제품, 자동차, 기계 및 전자제품 수출증가율도 각각 -0.9%, 6.9%, 7.1%, 10.4% 등으로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시장 역시 열기가 식었다.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중국 주택 판매면적 증가율은 2016년 22.4%에서 2017년 5.3%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2.1%로 절반 수준으로 위축됐다. 반면, 300대 도시 주택용 토지유찰 현황을 보면, 2016년 1.50%에서 2017년 3.50%로 상승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7.80%로 치솟았다.

외환·금융 시장도 불안하다. 미·중 통상마찰과 대내 경제불안으로 위안화 환율이 불안정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19일에는 92.150포인트로 연중최저점을 찍었을뿐더러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기도 했다. 비금융부채 수준(GDP 대비)도 2017년 4분기 146.9%에서 지난해 2분기 155.1%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및 연쇄 금융권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성장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동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경제, 첨단제조업·신경제체제 대비 전략 마련 시급

글로벌경제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 입지는 여전히 좁은 편이다.

최근 경제조사업체인 이마케터는 올해 중국 총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조6000억 달러(약 6280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5조5000억 달러로 3.3% 증가세에 그치는 등 중국의 소비력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실용주의적 개방정책이 보다 가속화될 경우, 글로벌 소비시장을 선점하는 데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전기차분야 글로벌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상하이에 첫 해외 공장인 기가팩토리 착공식을 했다. 전기차 부문 최대 시장으로 중국을 겨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 전기차 분야는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수소차의 경우 중국이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그나마 우리나라도 희망을 가져볼 만한 분야로 꼽힌다.

시장소비력을 갖춘 중국 역시 자국 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첨단제조업에 역량을 집중시켜나가고 있다. 중국은 '첨단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전기차 △통신 장비 △로봇공학 △항공우주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 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해양 엔지니어링 등 10개 첨단 제조업 분야를 선정, 이 분야에서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소 미국 견제를 받아 속도조절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 관련 산업에서 우리나라 산업이 경쟁 우위에 놓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는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수출 분야다. 그럼에도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시장 흐름을 바꾸는 경제체계에서도 우리나라는 한 발 뒤처진 상태다. 세계적인 공유경제와 플랫폼체제 흐름 속에서 중국은 선제적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2016년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낸 중국 대표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이 해외 시장 공략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은 공유자전거 등 공유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전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압도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규제와 이해관계자 간 대립 속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신흥시장팀장은 "올해 중국이 6.2% 정도 경제성장률 수준을 버티는 게 고비이고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본다"며 "고비를 넘기면 내후년에는 또 다른 경제시스템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소비의 질적 패러다임'이 완성된 이후에는 이미 타이밍이 늦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역시 "시진핑 정부는 올해 새롭게 무언가를 해나가야 하는 입장에 있으며 국익을 포함한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해관계에서 맞아떨어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경쟁적으로 나가야 할 것을 찾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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