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완성차·부품사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 생산과 수출은 3년 연속 줄었고,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사용했음에도 찔끔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는 더 험난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여전히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각 사 노사가 대치하며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노동계와 산업계,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절실함에서다. 24일 출범한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은 이런 절실함이 묻어 있다.
기관별 대표가 한 테이블에 앉아 돌파구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자동차산업 양 노총, 산업부와 고용부, 사용자 단체가 같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정 포럼 참여기관은 총 8개로, 이날 모인 대표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산업연구원 원장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등이다.
산업부는 이번 포럼에 대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기관별 임원·간부들로 구성·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포럼에서는 자동차산업 경쟁력 제고 문제를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산업 환경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각 참여기관 협의를 거쳐 중점 논의주제와 주요일정들을 구체화해 나간다. 다만 개별기업 노사현안·산별교섭 수준의 논의는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월 1~2회 개최되는 정기적인 포럼 외에도 기관별 세미나·회의 등을 통해 정보의견을 교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포럼은 1년간 운영할 계획으로 필요 시 연장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자동차산업의 중요성과 산업발전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인식을 같이했다. 노동계에서는 포럼이 향후 정보 공유와 지속가능한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소통채널로 운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용자 단체 역시 "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고 공감 영역을 넓혀가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로운 기술변화에 대응해 39만개 자동차산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도 자동차산업 고용유지와 노동자 직무능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포럼에서 논의될 여러 제안을 정책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통해 자동차산업 경쟁력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상황에 대한 인식과 비전 공유를 통해 서로를 중요한 파트너로 존중하고 함께 중지를 모아간다면, 자동차산업이 처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