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네켄 맥주의 수입가 조작 혐의와 관련 수입맥주에 유리한 현행 종가세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량세 전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한국수제맥주협회(이하 수제맥주협회)는 올해 4월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주류 종량세 전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주세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맥주 과세체계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수입맥주의 경우 신고가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해 신고가격을 낮추면 낮출수록 세금이 적어지는 구조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하이네켄코리아는 상품판매액의 16.2%를 주세 및 교육세로 냈고, 국산 맥주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는 상품판매액의 44.4%를 주세 및 교육세로 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수입맥주 4캔 1만원 프로모션은 수입맥주의 신고가 조작으로 인해 출고원가가 낮아지며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국내 맥주업계는 물론 국회 여야 의원들까지 맥주 주세 체계를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개정할 것을 지속 촉구해왔다. 올해 4월 종량세 전환 방안 마련에 대해 확정 합의했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종량세로 전환했을 때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도 1000원 정도 낮아져 ‘수제맥주 4캔 1만원’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시뮬레이션 결과 고급 수입맥주는 최대 10% 할인가에 판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맥주 점유율 1위인 일본산 제품은 리터당 117원 인하돼 최대 14% 세금이 하락한다. 아일랜드 맥주도 리터당 176원이 인하된다고 내다봤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기형적인 구조의 종가세로 인해 국내 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잃고 산업공동화 현상까지 가속화되는 실정”이라며 “정부와 국회에서 올 해 4월까지 종량세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로 확정 합의한 만큼 빠른 종량세 도입으로 수입맥주와의 차별을 해소하고 국내수제맥주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수입맥주업체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 19일 관세청으로부터 세금 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입가를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납부했다는 의혹이다. 관세청은 관련 조사 후 하이네켄에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