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에 국내외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실제 단교 여부와 상관 없이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유가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켓워치는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에너지 기업들에게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이번주에 원유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독재집권을 비난하면서 국가 부채 발행 금지, 전·현직 베네수엘라 관료 4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 등의 금융 제재를 내린 상태다.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기 위해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국제유가 형성에도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미국 제재로 감소하면 시장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RBC 캐피털마킷의 글로벌상품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제재 추구할 경우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현재 전망치보다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RBC 캐피털마킷은 이미 올해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전망치를 하루 기준 50만 배럴에서 30만 배럴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순회 의장을 맡게 된 마누엘 케베도 베네수엘라 에너지부 장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라고 CNBC는 전했다. 케베도장관은 군 장성 출신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미국의 추가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급감하면 OPEC 회원국의 감산 노력에도 원유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는 탓이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남미 담당이사인 리사 그레이스-타고는 "미국 정부가 곧바로 원유 제재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반응을 봐가면서 단계적인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