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에 이미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방금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와 기대감을 강조했다.
'북한 2인자'인 김 부위원장의 회담 상대는 15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의 북·미 고위급 회담은 당초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예정됐다가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16~17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 회의를 주재하기로 돼 있고, 다음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공산이 커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실현되면 17~18일께가 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중동 순방 중 미국 CBS방송과 가진 화상 회견에서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은 걸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세부사항을 도출하고 있다"며 2차 회담 장소와 일정 등에 대한 물밑조율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내용의 친서를 교환했는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보낸 친서가 답신인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일 각료회의에서 언급한 김 위원장 친서에 대한 답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의 보도가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친서는 별도로 보낸 것이거나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친서에 대한 답신일 수 있다.
주목할 건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북한 소식에 민감한 일본 언론들이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다음달 중 베트남에서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는 점이다. CNN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전한 시점(지난 주말)과 맞물린다. 트럼프가 이번 친서에 '다음달에 베트남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담아 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2월 베트남 회담'을 제안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전제로 하면,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5월 첫 방미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스웨덴행도 심상치 않다. 최 부상은 15일 오전 11시30분께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렸다. 그는 행선지를 묻는 질문에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간다"고 짧게 답했다.
최 부상은 북한 내 대미 관계 및 비핵화 협상 실무 책임자로 1차 북·미 정상회의를 위한 실무협상 때도 북한 측 대표를 맡았다. 스웨덴은 북·미 간 1.5트랙(반민·반관) 접촉 장소로 활용돼 왔으며,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열릴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돼왔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지난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것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도 한 달 앞서 베이징을 찾았고, 회담이 끝난 뒤에 다시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이 오는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 즈음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