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중국의 경기둔화 신호가 짙어졌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1%대로 내려앉으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PPI는 전년 동기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를 크게 밑돈 수준이며, 전달 상승률에 비해 무려 1.5%포인트(P) 감소한 것이다.
PPI는 생산자가 내수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공급하는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중간재 등 가격이 두루 반영되는 것으로 PPI 하락은 일반적인 물가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하락의 전조가 된다.
실제 이날 발표된 12월 CPI 상승률은 1.9%로 전달의 2.2%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개월 연속 둔화 추세를 이어간 것으로, 시장 전망치인 2.1%에도 미치지 못했다.
CPI와 PPI가 동시에 둔화한 것은 무역갈등으로 소비와 투자 수요가 약해진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가 지표가 더 악화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왕징원(王靜文) 중국 민생은행 연구원은 이날 중국 경제참고보를 통해 “중국 PPI 상승률은 당분간은 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가 모두 부진한 것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둔화한다는 새로운 증거”라며 “PPI 약세는 앞으로 수개월간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지표 발표에 앞서 쑹위(宋宇) 베이징 가오화(高華) 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중국 PPI 상승세 둔화가 상당하다”며 “곧 8분기 만에 처음으로 CPI 상승률을 밑돌며 마이너스 수준으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경고음은 물가지표 이외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와 민간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각각 발표한 작년 1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각각 49.7, 49.6을 기록했다. PMI는 신규 주문, 출하량, 생산, 재고, 고용 등에 관한 설문을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자동차 시장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는 지난해 중국 승용차 판매량이 2272만대로 2017년보다 6%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연간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중국 경제 지표가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