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부흥의 상징이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흔들리고 있다. 구자라트의 경제적 성공을 기반으로 집권한 모디 총리는 인도 전체를 구자라트처럼 만들겠다면서 수백만 일자리 창출, 강력한 경제 개혁 등을 약속했다.
경제성장률로만 보면 인도 경제는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은 7.1%를 기록했다. 2분기의 8.2%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인도가 향후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BNP파리바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2018년 인도 경제성장률이 7%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7월 갤럽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미래의 생활이 윤택해질 것이라고 답한 인도 국민의 비율은 2014년에 14%였지만 2017년에는 불과 3%에 그쳤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경제성장률과 국민들의 만족도가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2017년 인도가 벌어들인 돈의 70%가 1% 상위층으로 흘러 들어가는 등 양극화가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갤럽뉴스는 지적했다.
인도의 생활 임금(Living Family Wage)은 월 1만7300~1만7400루피로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저숙련 기술자들의 임금은 되레 2014년의 1만3300루피에서 1만300루피로 줄었다.
때문에 균형발전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단순히 돈을 풀어 상황을 해결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때문에 중앙은행을 더 강력히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수년간 인도중앙은행(RBI)은 안정적 거시경제 환경을 제공하면서, 인도의 빠른 성장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본격적으로 훼손할 경우 거시경제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무역전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신흥국 통화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나친 유동성 확대는 물가상승을 자극하면서 국민들의 생활을 더 피폐하게 할 수도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1일 샥티칸타 다스 전 경제장관을 새 RBI 총재로 임명했다. 우르지트 파텔 총재가 임기를 9개월 남겨놓고 사임한 지 하루 만이다. 다스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은퇴하기 전까지 모디 정부의 핵심 경제 관료였으며, 2016년 11월 화폐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친정부 성향 인사가 중앙은행을 맡으면서 이제 RBI는 정부를 위한 정책을 취할 것이며, 금융시장 역시 선거에 맞춰 돌아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 같은 정책은 투자자들에게도, 미래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정부는 악성 채무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부문 은행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중앙은행 준비금 일부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영은행이 인도 은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성부채가 해결되지 않는 한 향후 인도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브스는 "모디 총리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2019년 인도를 '공짜 돈'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다얀 호이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제학 교수는 인도 정부가 이미 상당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빌리지 않은 채 중앙은행을 압박해 돈을 더 만들어낼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선거 승리를 위해 중앙은행이 '제물'이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바라티야자나타(BJP)는 이달 초 일부 주에서 치른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특히 BJP의 텃밭이었던 북서부의 라자스탄주, 중부의 차티스가르주와 마디야프라데쉬주 등 3개 주에서의 패배는 지지층 이탈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