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무거워지는 ‘빚의 무게’로 한국경제가 멍들고 있다. 이미 가계·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로 치솟은 데다, 가구당 평균부채는 75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하면서 가계부채 규모는 이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
미 연준이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미 기준금리는 2.25~2.50%로 다소 올랐다. 올 들어 네 번째 인상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축소됐던 한·미 간 금리 격차(상단 기준)는 다시 0.75% 포인트로 벌어졌다.
정부는 당장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한국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일 주재한 ‘제55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장 시중금리 상향 움직임은 가계 및 기업이 감내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역대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도 일단 정부는 경제심리 위축을 막아선 모습이다.
그러나 실상은 녹록지 않다. 이날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3분기 말 기준 1514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6.7% 늘어난 규모다. 예금은행에 대한 기업부채는 3분기 기준 826조3000억원 규모다.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같은 날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7531만원으로 1년 전보다 6.1% 정도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가계소득이 4.1% 늘어날 때 부채는 6.1% 증가해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지난달 30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은 이번에 발표된 부채규모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가계부채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내년부터 확장적 재정정책의 피치를 올리려는 정부도 내심 걱정스런 눈치다. 470조원에 육박하는 내년 예산의 61%를 상반기에 쏟아붓겠다는 게 정부계획이지만, 실제 내수경기를 견인할 소비심리를 키워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도 대출이자 갚기에 급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가세를 지속한 기업부채의 경우, 부동산 임대업 등에 대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나마 정부는 이날 자영업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력에 힘을 실었다. 지역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자영업자의 8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중에서 4800억원어치는 내년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고 2021년까지 4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조기 정리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제활력에 방점이 찍힌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지만, 얼어붙고 있는 경제심리를 되살리는 게 관건"이라며 "가계 및 자영업 부채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맞지만, 지속적인 지원정책을 통해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