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중 정상이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한 바로 그날, 중국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정부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됐다. 미·중 양국 간의 대립이 드디어 실마리를 잡나 했다가 일거에 낙관론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 한마디로 중국 최고의 IT통신업체,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국의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런정페이라는 창업자가 1987년 창업한 후, 30년 만에 전 세계 통신업계에서 시장점유율 22%로 1위, 휴대폰시장에서도 작년 기준 시장점유율 13%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라선 세계 굴지의, 중국이 자랑하는 국민적 기업이다. 게다가 멍완저우 부회장은 창업자의 장녀로 후계자로 지목되는 인물이어서 경우에 따라선 일파만파로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될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그럼 이번 화웨이 부회장 체포사건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갖는 의미는 뭘까. 개인적으로 중국 첨단기술의 급성장을 우려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10대 육성산업 수입품 전반에 대해 관세폭탄을 퍼붓는 전략에서 핵심 개별기업을 두들겨패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10대 업종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폭탄은 핵심기술과 관련이 없는 제품도 포함돼 있어 전선이 너무 넓고, 그 때문에 관련된 미국기업의 매출 감소, 나아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도 타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차제에 방향을 바꿔서 핵심 중 핵심기업만 골라 치명타를 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향후 미국이 화웨이를 어떻게 처리할까다. 업계에선 지난 4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대형 통신업체인 ZTE(중흥통신)에 대해 취한 제재 조치를 하나의 기준잣대로 보고 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ZTE가 미국의 대(對)이란거래제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기업으로부터의 부품조달을 일정기간 금지시킨 바 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ZTE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웨이에 대해 부품조달 금지 등 제재조치를 단행한 후, 화웨이로부터 소기의 양보를 전제로 제재를 해제하는 경우다. ZTE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정부의 화웨이 관여 배제, 미국에서의 스파이·사이버 절도 금지를 얻어내는 시나리오다.
둘째는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안이다. 화웨이는 ZTE보다 매출이 8배나 많은 초대형기업으로, 구글·인텔·퀄컴 등 미국기업으로부터 조달하는 반도체부품 등 수입액만도 한 해 15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이 한 해 중국에 파는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 따라서 화웨이에 대해 제재 조치를 단행할 경우, 막 시작된 휴전합의 무드를 깨는 건 물론이고, 미국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타격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기업과 경제에 악영향이 있더라도 이참에 기술패권 전쟁에서 중국 추격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시나리오다. 첨단산업에서의 미국우위를 통해 미국의 안전보장을 확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 정부 내에선 이런 안전보장 중시파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어떤 시나리오를 택할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셋째 시나리오를 택할 경우,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과 변동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