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들 가상화폐란 뭔가. 한마디로 PC컴퓨터나 모바일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플랫폼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민간화폐다. 따라서 첫째, 디지털화폐란 점에서 지폐와 동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실물화폐와 다르며, 둘째, 민간화폐란 점에서 ‘실물화폐의 전자화’ 성격의 전자화폐(법정화폐)와 구별된다. 5~6년 전만 해도 가상화폐의 거래규모가 작아서 국가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최근 그 규모가 커지고, 가격도 급상승하면서 시장관심이 대단해졌다. 지금은 종류도 다양해져서 발행된 것만 1,600만개. 하지만 총 거래의 95% 이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풀, 라이트코인 등 약 10개의 가상화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광풍이 불고 있나. 물론 디지털화의 가속화와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본수요 증가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풍이 불어댈 때는 뭔가 그 외의 제도 및 환경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첫째, 가상화폐의 법적, 제도적 지위가 향상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대표적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을 보자. 미국, 영국이 비트코인을 법상 자산으로 인정할 때만 해도 비트코인 인기가 상한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작년 말 일본의회에서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전자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자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이 뜨니까 다른 가상화폐도 덩달아 뜨는 건 이상할 게 없다. 일부업체와 개인은 물론, 송금, 투자를 위한 금융회사들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중국수요도 주요인 중 하나다. 예컨대 작년 말, 올해 초 비트코인 급등락의 원인은 중국이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고자 중국정부는 해외송금 규제에 들어갔고, 늘 ‘정부정책엔 민간대책’이라는 중국인들은 바로 해외송금 대신 비트코인 등을 매수해서 가상화폐 급등의 일등공신이 됐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으므로 원할 땐 언제든 해외에서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중국정부가 중국의 3대 비트코인 거래소 조사에 들어가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근 가상화폐 재반등의 배후엔 다른 경로를 이용한 중국수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셋째,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와 환율불안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실물경제가 그럴만하다고 믿는 사람은 적다. 말하자면 그만큼 유동성장세란 얘기다. 따라서 현재 미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 발언 때문에 주가가 고무되곤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본다. 과거 같으면 돈이 미국으로 빨려들어가고, 달러 강세와 신흥국 환율 약세가 뚜렷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전만큼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트럼프정책 때문에 달러 강세도 제한돼 있다. 게다가 셰일가스 생산으로 유가도 계속 오르기 어렵고, 따라서 인플레 헤지를 위한 금 매수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 결국 돈은 넘치는데, 환율도 물가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체투자수단의 하나로 급부상한 게 가상화폐란 생각이다.
한국인들은 ‘빨리빨리’와 ‘한 방향으로 몰려가기’로 유명하다. 이번 비트코인 폭등 상승률도 세계 1위다. 그러나 가격이 폭등하면 폭락위험도 커서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도 꼭지에서 산 분들은 40% 가까이 손해 봤단 얘기도 들린다. 또 돈이 많이 몰리면 비즈니스 사기도 나타나기 마련. 다단계 사기수법이 횡행한다고 한다. 따라서 규정마련을 준비 중인 금융당국은 차제에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와 범위, 중개업자의 인적 물적 요건,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