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내년도 총예산을 3556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 예산(3625억원)보다 약 70억원(약 2%) 줄어든 금액이다. 금감원은 올해도 지난해보다 1.1% 삭감된 예산안을 받아 2년 연속 예산 삭감이라는 처지에 놓였다.
노조는 "그동안 금융위에 알아서 기던 낙하산 원장과 달리 할 말 하는 원장을 만났으니 예산심사를 통해 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올해 5월 취임한 이후 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조정, 삼성증권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서 금융위원회와 입장 차를 보여왔다.
노조는 "금융위는 이례적으로 한 기관의 예산승인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8페이지에 걸쳐 배포하고 '노조 합의 등을 이유로 장기간 미이행한 사항에 대해 엄격히 대응한다'는 등의 다분히 감정 섞인 대응을 하는 것 같다"며 "심지어 보도자료 내 인건비 상승률 주석에 상승률 1.5%를 2%로 반올림해 표시하는 등 유치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노조는 "금융위의 예산갑질로 앞으로 금감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며 "금융위가 편성한 예산으로는 금감원 직원들이 비상시 야근도 못할 지경이며, 가계부채 문제와 P2P 대출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윤 원장이 예산문제로 소신을 굽히지 않길 기대한다"며 "금융위의 예산갑질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에도 금융위의 예산 감액 요구를 갑질로 규정하며 금융위 해체까지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예산으로 금감원을 통제한다는 건 하수나 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