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정밀의학과 블록체인

2018-12-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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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메디리타 대표이사). [사진=아주경제 DB]


유전체를 포함한 오믹스(OMICS·체학)의 연구로 단백질과 신진대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빅데이터가 구축·활용되면서 정밀의학이 발전하고 있다. 개인맞춤 약물의 개발도 활발해지면서 헬스케어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여기에 유전자 편집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유전공학을 연구하면서 유전자의 일부분을 특정해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왔다. 이 결과로 탄생된 것이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DNA의 30억개가 넘는 염기서열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방법과 제대로 잘라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유전자 분석은 지난 10여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뤄 DNA에 있는 30억개의 염기를 300개 정도 길이의 조각으로 나눠 염기 순서를 해독한 다음 퍼즐을 맞추듯 1000만개의 조각을 원래대로 복구해 전체 염기서열을 알아낸다. 전체 염기서열을 짜맞추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컴퓨터 자원도 IT기술의 발전으로 상당히 저렴해져서 기술적으로는 대중화가 이뤄진 상황이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명됐다.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잘라주는 것은 오랜 시간 답보 상태에 머물다가,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와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세균의 대응을 연구하던 중에 세균의 면역시스템에서 과거에 침투한 적이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 유전자와 새로이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비교하여 같다고 판단되면, 바이러스의 DNA를 잘라내 퇴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을 이용해 세균이 보관하고 있는 유전자 조각을 원하는 유전자 조각으로 바꾸어 원하는 부위의 DNA를 잘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을 통상 유전자 가위라고 하고, 농축산물에 우선 연구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다가 무분별하게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을 우려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윤리 선언문도 작성해 발표했다.

그런데 이 유전자 가위 기술은 어렵지 않아서 진입장벽이 낮다. 즉, 그리 어렵지 않게 실험할 수 있어 실제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인간의 양심과 윤리에 맡겨 놓은 결과, 윤리 선언을 발표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유전자 조작 인간의 탄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유통 식품에 표기해서 전통식품과 겨우 구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황당하기까지 하다. 과학자 개인의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벌인 일이라고 하기엔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아이의 부모는 배아에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착상시켜 출산까지 할 것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유전자 편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실패했음에도 출산까지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실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인간의 배아인데, 신뢰를 저버리고 HIV에 강한 인간을 탄생시킨다는 명목 하에 유전자에 대한 얄팍한 지식으로 사람의 DNA에 가위질을 해서 한 생명으로 태어나게 했으니, 이대로 방치해서는 어떠한 일이 또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만약 이번 사건 피해자가 본인 의료기록과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이 사건의 주범인 일탈 과학자의 연구행위에 대한 기록과 재료 유통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됐다면, 이러한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데이터의 통제와 공유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데이터 주권을 각 개인이 가질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활용돼, 앞으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없이 우리 인류의 오랜 숙원인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기술이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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