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주가가 2.8% 급락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1MDB 비리'와 관련 골드만삭스를 형사 기소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 말레이시아 법무부는 2012~2013년 1MDB의 채권 발행 및 판매 과정에서 총 27억 달러(약 3조원)어치가 부정하게 유용됐다면서 이 과정에 연루한 혐의로 골드만삭스와 전 직원 2명을 포함한 개인 4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골드만삭스에 33억 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길 원하고 있다. 이는 유용된 자금 27억 달러에 골드만삭스가 자문료로 받은 6억 달러를 합한 금액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기소된 개인이 경우 최대 10년형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말레이시아 최악의 비리 의혹인 1MDB 스캔들에서 수조원 대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골드만삭스는 1MDB 설립과 채권 발행과 판매에 자문을 제공했는데,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MDB가 채권 발행을 통해 65억 달러를 조달하도록 도운 뒤 수수료로 6억 달러를 챙겼다. 일반적으로 국영기업과의 계약에서 받는 수수료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다.
1MDB 스캔들을 둘러싼 전 세계 사법당국의 동시다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다만 골드만삭스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7일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 및 1MDB 소속 일부 직원들은 (채권) 거래를 통한 자금의 사용과 관련 골드만삭스와 외부 자문단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MDB 스캔들은 계속해서 골드만삭스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올초 대비 주가가 30% 가량 떨어지면서 2016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특히 지난달 미국 법무부가 1MDB 비리와 관련,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혐의로 골드만삭스 전 직원 2명을 기소한 이후 주가 하락은 가속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법무부가 골드만삭스에 최대 20억 달러의 벌금을 매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투자전문 로펌 RHT로 테일러 웨싱의 니잠 이스마일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이런 형태의 범죄 혐의는 엄중하며 이는 투자은행으로서 골드만 사업의 핵심을 향하고 있다”며 “만약 결과가 골드만삭스에 유죄로 나올 경우 은행의 명성 및 재무 상황에 큰 위험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