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사랑해요~ 베트남 보딕!”…하노이 덮친 ‘어게인 2002’

2018-12-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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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을 앞두고 베트남 팬들이 박항서 감독의 사진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베트남이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재현을 보는 듯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붉은 티셔츠를 입은 베트남 국민들은 “베트남 보딕(우승)!”을 외쳤다. 그 중심엔 16년 전 ‘히딩크 신드롬’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박항서 매직’이 있었다. 2002년 당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곁을 지켰던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동남아 축구 축제에 흠뻑 취한 베트남은 지금 ‘박항서 신드롬’에 빠졌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기적 같은 ‘매직’에 베트남이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9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응우옌안득의 환상적인 발리슛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앞서 11일 원정경기로 치른 결승 1차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둔 베트남이 최종합계 1승1무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동남아시아 축구를 평정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베트남 권력 서열 2위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서열 3위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이 직접 찾아 우승의 감격을 함께 누렸다. 특히 우승이 확정되자 푹 총리는 경기장으로 뛰어내려가 박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눈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워 기쁨을 만끽했다.

베트남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암표 값이 베트남 사람들의 월급을 훌쩍 넘는 5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표를 구하기 힘들었고, 4만 관중으로 가득 찬 미딘 국립경기장의 열기로 도시 전체가 흔들렸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수도 하노이와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 등 주요 도시의 시내로 쏟아져 나온 축구 팬들의 거리 응원은 엄청났다. 요란한 부부젤라와 자동차, 오토바이 경적이 끊임없이 울렸고, 불꽃은 사방에서 터졌다. 온 국민이 축구 축제를 즐기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샜다.

‘베트남 보딕’, ‘베트남 꼬렌(파이팅)’의 외침 속에 파고드는 또 다른 소리는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박항서 사랑해요”, “박항서 진짜 최고”라고 진심을 다해 외쳤고, 일부 팬들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시상식에서 박항서 감독이 응우옌쑤언푹 총리에게 우승메달을 받고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축구 변방인 베트남에 열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박 감독이다. 이날 베트남의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 태극기와 박 감독의 대형 사진이었다. 베트남이 박 감독에 열광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거스 히딩크 감독에 그랬던 것처럼 당연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9월 끝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다. 또 박 감독은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스즈키컵 우승으로 ‘박항서 신드롬’의 정점을 찍었다.

박 감독은 우승 직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두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수들과 코치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주신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또 박 감독은 “한국에서도 베트남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수많은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뜨겁게 달궈진 베트남의 주말 축구 열기의 파동은 한국까지 뻗었다. 1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8분부터 11시 21분까지 SBS TV가 생중계한 베트남-말레이시아전 시청률은 전국 18.1%, 수도권 19.0%로 집계됐다. SBS TV는 토요극 ‘운명과 분노’의 결방을 결정했고, 동시간대 주말 예능과 드라마를 크게 앞서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찍었다.

한편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과 함께 ‘역사적인 빅매치’가 확정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과 키에프 사메스 AFF 회장 권한대행은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017년 EAFF 챔피언십(E1 챔피언십) 우승팀인 한국과 2018 AFF 스즈키컵 우승팀이 내년 3월 26일 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베트남의 격돌이 내년 베트남서 ‘광란의 3월’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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