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격)에 따르면 11월 중국 수출은 위안화 기준 11조5700억 위안으로 지난해 11월 대비 10.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2.6%는 물론, 지난 10월 증가율인 20.1%를 크게 밑돈 것이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미국이 잇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폭탄을 투하하고 또 추가 투하를 예고하면서 수출 성장률 둔화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는 것은 시장 예상보다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크다는 의미로,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신규수출 주문이 지난 6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11월 거의 오르지 않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
무역전쟁 충격파는 제외하더라도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두 자릿수 고속성장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내부적으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공급 측 개혁',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채 급증과 이에 따른 디폴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디레버리징 작업이 추진 중이다. 특히 올 들어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자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특히 11월 대미 무역 흑자가 355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전월의 341억3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미국의 대중 수출 감소가 원인으로 보이나, 중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 공격'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무역전쟁 충격파가 계속 커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외 개방'을 강조하고 있고, 또 경영난에 직면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수출 환급세율 인상 등 장려 방안을 잇달아 내놓자 대미 무역 흑자가 몇 달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수출 증가율의 둔화로 인해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설상가상으로, 11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11월 PPI 상승률은 2.7%로 5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이는 2016년 10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로이터통신은 PPI 증가폭 둔화세가 뚜렷해진 배경으로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을 꼽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의 여파로 상승률이 지난 7월 2%대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해 왔지만 11월 들어 시장 전망치(2.4%)보다 낮은 2.2%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초 열린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박람회’인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Canton Fair)가 마이너스 성적을 낸 것도 중국 경제가 보내는 이상신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광둥(廣東)성 캔톤페어를 찾은 해외 바이어는 18만98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줄었다. 특히 계약이 확정된 대미 수출액이 28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중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11월 제조업 PMI도 50.0으로 간신히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이는 2016년 7월 이래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일반적으로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