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다를 게 없다.” “법조 윤리를 무시한 행위다.” 김앤장 사태를 지켜본 상당수 법조인들은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김앤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김앤장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과의 부적절한 회동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가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법원장을 만난 일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 고문변호사는 “책을 쓴 지 10년이 지났지만 (김앤장)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상식적으로) 변호사가 어떻게 대법원장을 만나서 자기가 맡은 사건을 상의할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가 17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추적하면서 남긴 기록을 보면 ‘김앤장 영향력은 국회 안팎의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적혀 있다.
임 고문변호사는 “시간이 지나도 김앤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각한 법조윤리 무시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호영 법무법인 삼율 대표변호사는 김앤장 변호사가 대법원장을 수차례 만난 데 대해 “법률 위반 이전에 법률가가 지켜야 할 법조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아니다 하더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다”며 “이들의 만남 이후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됐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변호사 단체와 다른 로펌도 김앤장 행태를 크게 질타했다.
허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법무법인 예율 대표변호사)는 “전범기업 법률 대리 등이 법 위반은 아니다”면서도 “영업하는 방식 자체가 옳지는 않다. 대법원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다를 것 없다”며 “뚜껑을 열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그렇게 결탁했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앤장은 작은 행정부”라면서 “정부 위에 군림하면서 수십년간 사법농단을 해오다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것은 일부”라며 “정식 구성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전문위원들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일선 변호사들도 대법원장과 김앤장 변호사 만남은 재판의 객관성을 꺾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김앤장과 판결을 위해 조율을 했다면 일반적인 사안이라도 중대한 문제”라며 “강제징용은 판결에서 볼 수 있듯 외교 문제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피고 측 변호인을 만난 것은 재판 결과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의 공정성에서는 외형의 공정성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법원 판사와 관계가 있는 변호사 간 만남이 관례라 할지라도 이번 사안은 그 부분을 매우 훼손하는 관례”라고 했다.
변호사 윤리장전을 어긴 것은 물론 ‘민사소송 규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사소송 규칙 17조를 보면 ‘당사자나 대리인은 기일 외에서 구술, 전화, 휴대전화 문자전송,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진술하는 등 법령이나 재판장 지휘에 어긋나는 절차와 방식으로 소송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김앤장을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고발을 예고했다.
윤대영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김앤장은 범죄조직”이라며 “이 집단이 없어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앤장이 국가 정보를 빼내서 매수하고 회유하고 돈을 벌고, 국세까지 횡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전범기업 재판과 관련해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