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등 민관연합이 터키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사업 지연 속에 건설비가 약 5조 엔(약 49조원)으로 당초 예상치의 2배 가까이 늘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도 건설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을 통해 원전업체들과 손잡고 해외 사업을 추진해왔다.
일본과 터키 양국은 2013년 이번 원전 신설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중심으로 모인 일본과 프랑스 기업 연합이 흑해 연안 도시 시노프에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초 지난해 착공해 2023년 1호기 가동을 목표로 삼았지만, 사업이 지연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7월 말 터키 정부에 건설비용 등을 새로 추산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고위 경영진은 그동안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경제적 합리성의 범위 안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터키 외에 일본에 남은 해외 원전 사업은 영국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히타치제작소는 지난 6월 영국 정부와 현지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최종 결정을 위한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총사업비 감축을 요구하는 등 과제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해외 원전 사업에 적극적인 건 기존 사업 규모와 관련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앞으로 사업 환경이 계속되면 어려워지면 업계의 재편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원전 건설 투자는 지난해 90억 달러(약 10조원)로 전년보다 70% 줄었다. 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등 원전이 다른 발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