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경제방향 전환 분수령]기업‧정치권 반대 목소리 높은 공정거래법 개편…문 정부 공정경제 분수령

2018-11-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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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전면개편안 입법예고안 오는 30일께 국회 제출 예정

대기업 기 살리기와 다소 배치되는 공정경제 추진에 대한 큰 틀에서의 기준점 될듯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9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김성원 의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 예고안 정책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개혁·갑질근절을 토대로 2년간 쌓아올린 공정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전환기를 맞았다. 38년만에 손질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예고안이 오는 30일 국회로 제출되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이며 비가역적인 재벌개혁을 위해 전면개편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측면이 크다.

이에 맞서 재계와 야권에서는 “기업을 하란 소리냐”며 즉각 반발하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재벌총수의 수익 독식 구조인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정부의 친기업정책과는 별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시각이다.

다만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공정경제 실현 수위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 개편안, 정말 ‘기업 옥죄기’일까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예고안에서는 비상임위원의 상임위원화 계획 철회와 함께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뤄진 경성담합(가격·입찰담합 등 중대담합) 역시 전속고발권 폐지의 적용이 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38년만에 개정되는 것으로 누구나 검찰에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국회 통과시 공정위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직접 수사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미 지난 8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곧바로 야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기업의 검찰 리스크가 커져 경영권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공익법인 의결권이 축소될 경우, 모든 대기업을 총수가 없는 회사로 몰아간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기가 불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기업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마디로 기업 옥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우려하는 것처럼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면 반박했다. 김 의원장은 “기업집단 법제도에 대한 경직적인 사전규제 강화만이 재벌개혁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쟁법 위반이 과잉 형사화하지 않도록,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각과 달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예고안에 대해 야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권의 완강한 반대 입장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한 상황이다.

◆공정경제 실현의 마지노선, 얼마나 조정될까

여야는 물론, 재계에서도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공정경제의 큰 틀을 바꾸는 책임은 결국 국회로 넘어간다. 일각에서는 여야간 논의 과정에서 “상당부분 조정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면서 여야는 제각기 공정거래법 조율을 위한 기선제압용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정부안의 조정을 염두에 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금융보험사와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침해한다고 지적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안보다도 강한 공정거래법인 셈이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정위가 전속고발제에 따라, 검찰에 고발한 사건의 공소시효를 자동으로 1년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논의에서 조정 방향에 대한 주도권을 어떻게 쥘 지가 향후 공정경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딜레마 빠지지 않는 균형잡기가 관건

재벌총수의 지배력 확대를 막고, 시장의 균형을 잡기 위한 공정경제는 현 경제실정에서 대기업 기 살리기와 전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당초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펼친 정부가 최근 대기업에 손을 내미는 형국은 일자리와 생산성 증대 차원에서 대기업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공정경제 정책의 무리한 추진이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기업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정경제 실현이 오히려 필요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시선도 포착된다.

반면,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7일 열린 경제민주회 토론회에서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재산 대비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기업부문 총자산 대비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공정경제 토대를 구축,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엄밀히 말해 기업의 기를 살리는 문제와 다른 차원”이라며 “공정거래법은 기업을 위한 법도 아니고, 기업을 해치는 법도 아니다. 오히려 훼손된 시장을 바로잡는 것에 가까운 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기 경제팀이 꾸려져도 정부정책의 방향성이 크게 바뀔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재벌개혁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창의성과 생산성도 절실한 상황이어서 이제부터는 균형을 잡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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