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26일 또다시 파행을 맞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날 오후 예산소위에서 정부에 '4조원 세수 결손' 대책을 요구하며 내년도 예산안 심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보수 야당은 안상수 예결위원장이 의자로 문 앞을 막고 만류했지만 "4조원 세수 결손 대책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심의할 수 없다"며 단호한 모습으로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보수 야당에 대해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고의적인 심사 거부"라며 예산소위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일단 오후 8시30분 예산소위장에 출석해 보수 야당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예산소위 의원들은 파행 후 쌍방 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예산소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4조원 세수결손 대책 방안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한 지금부터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정부가) 세수결손에 대해 모든 책임을 국회에 미루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저희의 예산심사를 방해하면서 시간에 쫓겨 (예산안) 원안을 상정시키겠다는 의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소위 시작 첫날부터 여야가 함께 강력히 요구한 세수결손 충당방안에 대해 기재부가 금일 제시한 대안이라는 것은 고작 지난 4일간 소위의결 결과인 세출삭감 총액이 전부였다"고 규탄했다.
이어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께 밝히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파행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예산심사를 재가동하려면 4조원 구멍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안을 가져오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방안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행정안정위원회 법안소위 두 가지 심사를 저희는 중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소위 소속 의원들도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소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민주당 소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한국당이 정부에서 세입 변동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핑계로 예산심사를 파행시켰다"며 "일방적으로 퇴장한 것은 고의로 예산심사를 거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예결위는 오는 30일까지 모든 활동을 종료해야 하고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며 "한국당에서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겠다는 뜻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소위 일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세수결손 대책을) 당장 내놓지 않으면 소위를 진행할 수 없다는 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예산심사가 법정 기일 내에 처리되도록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예산소위 정상화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예산 심사를 빨리 해 세출 감소분이 어느 정도 나와야 정부가 이를 감안해 대책을 말할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재부 입장에서는 이 안(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밥을 한참 짓고 있는데 숭늉 내놓으라고 솥을 엎는 격"이라면서 "앞뒤가 바뀐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야당이 결국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위 심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소소위로 넘겨 3당 지도부 간에 정치적으로 매듭지으려는 것"이라며 야당의 의도적 파행을 의심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5일 내내 야당에 야단맞은 기분"이라면서 "한국당 의원들은 시간을 지키지 않고 했던 얘기 또 하며 부처 차관을 몰아붙이고, 인격모독 발언을 했다. 한마디로 여러 의원이 돌아가며 조리돌림을 했다"고 성토했다.
조 의원은 "파행시키고 뛰쳐나간 게 제가 기억나는 것만 5번"이라면서 "이건 심사하자는 게 아니다. 도저히 납득 되지 않는다. 한국당 의원들이 빨리 회의장으로 돌아와 국민 여망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