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16.4%에 이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마침내 여권 일부에서도 비판적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고작 통계청이 매월 공개하는 일자리동향이나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 조사결과 정도뿐이다. 통계학을 공부했거나 여론조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100회를 실시하는 조사라면 5회가량은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오차범위 안에서는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은 숨기기도 한다. 그래서 전수데이터를 확인해야 하고, 그 전제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오픈데이터 포맷을 구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3대 전략산업인 데이터경제는 구태의연하게 실시해온 통계조사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엊그제 통계청이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공개하며 3분기 지표로는 2007년 3분기 이래 11년 만에 소득불평등이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득불평등 지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약칭 5분위 배율)'로 표현하는데, 상위 20%(5분위) 소득 대비 하위 20%(1분위) 소득을 나눈 값이다(註, 균등화소득은 가구별로 가구원 수가 다르기 때문에 OECD 방식에 따라 계산하고 처분가능소득은 경상소득에서 경상조세 등 공적이전지출을 제외한 금액). 이번 3분기는 5.52로 2007년 3분기(5.52)와 똑같았다. 하지만 금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이미 5.95로 2003년 1분기 이후 15년 사이 가장 높았고 2009년 1분기 기록(5.93)을 경신해 버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을 통해 월급쟁이들이 초과납부한 근로소득세를 돌려받는 달이 통상 1분기가 속한 2월이다. 그런데 2003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1분기 5분위 배율이 가장 높았다. 즉, 소득불평등이 가장 컸다. 연말정산의 수혜를 입는 계층은 최소 3분위 이상 중상층이기 때문에 매년 이런 현상이 반복돼왔다. 또한 1·3분기에는 중상층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는 대학생 대상 국가장학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시 이 시기 소득불평은 더욱더 확대된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018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장학재단기준 소득 9~10분위, 즉 월 소득 900만원 안팎에서 30% 정도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국가장학금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2004년과 2012년을 제외하면 매년 둘째로 소득 5분위 배율이 커지는 시기가 바로 3분기이다. 3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을 키운 또 다른 주범은 근로장려금(EITC)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월(3분기) 처음 지급이 시작된 이 제도는 소득이 낮은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했으나 역설적으로 아예 소득이 없는 노인가구 등과 격차를 벌리는 데 기여하게 된다.
한편 소득 하위 1분위(20%) 안에서도 근로자가구와 근로자외가구는 소득격차가 상당히 난다. 이번 3분기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근로자가구 대 근로자외가구의 평균소득은 100(200만7000원) 대 41.8(83만9000원) 수준이다. 근로자가구는 근로소득 비중이 78.9%이며, 근로자외가구는 이전소득 비중이 76.1%로 엇비슷하다. 근로자가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근로소득이 6.3% 늘었으나, 절대 소득액이 2분의1도 안 되는 근로자외가구는 오히려 5.3% 느는 데 그쳤다. 이전소득의 상당부분은 공적이전(기초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쌀 직불금, 참전용사 수당, 근로장려금, 세금 환급금, 장학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보육수당 등) 소득이다. 하지만 가구주 평균연령이 68.3세인 근로자외가구에게는 기초연금 외엔 대부분 그림의 떡이다. 이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역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까지 합세하여 아동수당 100% 확대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니 소득불평등 해소는 더욱더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