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가 나쁘다고 말하지만 제겐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사채보다는 낮습니다. 이제 저희 같은 사람이 기댈 곳은 없어요. 암담한 상황입니다."
저신용자들의 대출문이 꽉 막혔다. 포용적 금융을 내세워 서민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가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밖으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불법 사채업자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신용이 낮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났다. 이자 수익이 줄어든 금융사들이 돈을 떼일 염려가 적은 고객 위주로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대부업체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 8등급인 안모씨(54)는 최근 소득이 불안정하고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저축은행 8곳과 대부업체 3곳에서 대출을 거부당했다. 이는 비단 안씨만의 일이 아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부업 상위 20개사 신용대출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업 신규 신용대출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9만7359명 줄었다. 이 중 신용등급 7~10등급이 7만808명을 차지한다. 중·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에게 최고금리 인하 여파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과거 최고금리 인하 때마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은 높아졌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부업의 폐업 증가는 대부금융 공급이 축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면 대출금리가 100% 이상인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불법 사채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약 52만명이다. 이들은 총 6조8000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최고금리 인하 후 불법업체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길거리에 '왕엄마네 일수', '전화 한 통에 즉시 대출' 등의 명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금융사를 사칭한 온라인 광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경제가 적응하지 못하는 속도로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연체로 인한 금융사 부실여신이 심화될 수 있고 이는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대부업의 순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권과 학계는 입을 모은다. 대부업 관계자는 "금리가 높기는 했지만 정책 서민금융상품이 수용하지 못한 저신용자들에게 대부업체들이 자금 공급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발생률이 5% 안팎인 채권추심이 성행하는 것처럼 과대포장됐고 살인금리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