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민주당 정치인 이재명 지사가 할 일

2018-11-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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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이재명 경기지사는 흔히 말하는 ‘빠(열혈 지지층)’를 거느리고 있다.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팬덤을 낳았다. 타고난 재능에다 변호사로서 축적된 후천적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정치인은 말로 소통하는 자다. 말로 상대를 설득하고 감화시키며 제압한다. 정교하면서도 거침없는 언변은 차별화된 강점이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정책은 정치인으로서 이재명을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을수록 이재명이란 이름은 더 부각됐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졸업, 사법시험 합격이란 입지전적인 이력은 더없는 감동 스토리였다. 이런 그를 두고 노무현을 떠올린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노무현 또한 상고졸업, 사법시험 합격, 인권 변호사 그리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비슷한 인생행로를 걸었다. 이재명은 언제부터인가 노무현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수많은 정적을 물리치고 간난신고 끝에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노무현은 정치인 이재명이 지향하는 종착지다. 그리고 어느덧 비중 있는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계속되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재명이란 정치인을 되짚게 한다. 국가를 경영하기에 합당한 품성과 정치적 역량을 갖췄는가 하는 근원적 물음이다. 거침없는 발언은 거친 언사에 불과하며, 정책 갈등은 정치적 선동으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반 년 넘도록 경찰 수사와 소모적인 논란 가운데 서있다. 논쟁이 아니라 논란이다. 대부분 논란은 지극히 개인적인 신변잡기에 머물러 있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그리고 트위터 계정 소유주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미 형수와 전화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논란에 휩싸였던 그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가운데 이렇게 많은 추문에 노출된 이가 또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불거지는 원인이다.

어제 이재명 지사 기자회견을 지켜본 대부분 반응은 ‘실망스럽다’였다. 이 지사 주장은 공감도 감동도 주지 못했다. 그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제 아내가 아니다.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경찰은 이미 목표를 정하고 맞췄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며 저열한 정치 공세로 단정했다. 앞서 “B급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며 경찰을 비난했던 그다. 또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지사 기대와 달리 책임 회피이자 치졸한 변명에 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집권여당 대선 후보이자, 집권여당 대표가 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은 설 자리가 없다. 누가, 왜? 이재명을 죽이려한다는 것인지 안타깝다. 단지 잘 나가기 때문에? 피해망상이다. 음모론에 휘둘릴 정도로 허약한 정부라면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를 모독하는 일이다. 나아가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음모론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모든 문제는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자신에게서 비롯됐음을 인정하는 게 솔직하다.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어라.” 이 지사는 감성적인 돌파를 시도했다. 이 또한 노무현 코스프레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4월 5일. 노무현은 인천지역 경선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당시 보수언론이 좌익 활동 경력이 있는 장인과 연결시켜 자신에게 씌운 색깔론을 이 한마디로 잠재웠다. 노무현은 “그런 아내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하면 (후보직을)그만 두겠다”며 감성에 호소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노무현 승리로 끝났다. 여성은 물론이고 중도층 유권자들 마음을 훔친 명연설로 기억된다. 그러나 어제 이 지사 주장은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허공으로 흩어졌다. 자신을 음모론에 휘말린 정치적 희생양으로 미화하고 싶었지만 국민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SNS를 통해 시도한 셀프 투표는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이 지사 주장에 수긍하지 않는다는 네티즌 답변 81%는 그 결과물이다.

이제라도 이 지사가 할 일이 있다. 김혜경씨가 사용한 휴대전화를 내놓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결정적 증거물이다. 아내 김혜경씨가 아니라고 반박하기엔 이만한 증거물도 없다. “지난 4월부터 사건이 시작됐는데 그때는 왜 요구하지 않았는지 이상하다”는 말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반적이라면 경찰 수사에 대비해 핵심 증거물을 보관하고 있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 증거물을 스스로 없앴다는데 어떤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 ‘혜경궁 김씨’ 트위터는 다른 사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세월호 유가족을 욕보이고 전 현직 대통령을 희롱했다. SNS라는 가상공간에 숨어 독설과 악의에 찬 언어를 배설하는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소유자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는 말로 지난 7개월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를 묵살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집권여당 대표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누가 눈을 가릴 수 있을까. 이 지사야말로 권력에 매몰된 나머지 이성적 판단을 잃은 것은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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