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14회 LPG의 날' 행사에서 만난 구자용 E1 회장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였지만, 구 회장의 목소리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려 있었다.
얼마 전 '노경 무분규 30년'을 달성한 탓도 있겠지만, 조만간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판 저장설비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기대가 큰 듯 했다.
E1은 2016년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공단에 프로판 저장기지 건설을 위한 첫삽을 떴다. 현재 시운전 중이며,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상업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1은 그동안 인천기지 17만t, 여수기지 8만4000t 등 총 25만4000t의 저장시설을 보유, 국내 2위 업체였다. 하지만 이번 대산기지 준공으로 총 저장시설 규모가 국내 최대인 29만9000t에 이르게 된다. 기존 1위 였던 SK가스는 울산과 평택기지에 각각 14만t씩, 총 28만t의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번 대산기지 준공식에는 2011년 부탄 탱크 준공식 때처럼 외부인을 초청하지는 않고 본사 직원들만 모여 간단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1은 이번 대산기지 준공을 계기로 날로 늘어나고 있는 석유화학용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은 NCC(납사분해설비)에 납사보다 가격이 저렴한 프로판, 부탄 등 LPG(액화석유가스)를 혼합해 투입함으로써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프로판은 부탄에 비해 같은 양에서 더욱 많은 양의 기초유분을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프로판을 비롯한 LPG는 석유화학용으로 납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LPG 소비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LPG 누적 판매량 중 석유화학용 프로판 판매량은 207만t으로 전년의 192만6000t보다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납사 가격이 오른 데 비해 프로판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프로판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E1은 올해 5월 대산공단에 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과 LPG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E1은 LG화학에 지난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총 1680억원 규모의 LPG를, 롯데케미칼에 이달부터 1년 간 1648억원 규모의 LPG를 각각 공급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프로판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체 설비 중 납사와 LPG를 섞을 수 있는 설비 비중이 20%에 불과한 LG화학이 향후 신규투자를 통해 50%까지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도 원료 다변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E1은 다음달부터 LS용산타워에 새 둥지를 튼다. 구 회장은 "다음달 3일부터 자회사 LS네트워크 소유 건물인 LS용산타워로 출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LS그룹 본사 직원들은 이미 이번주 월요일부터 그 쪽(LS용산타워)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E1 본사는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