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전망] 경제위기 현실감각 떨어진 정부, KDI 시각과는 여전히 온도차

2018-11-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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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내년 경제성장 악화 예고 반면, 청와대 여전히 내년 낙관적 관점 유지해

경제성과 관련, 기존 경제수장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필요 목소리 커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 마련해 시장에 주는 시그널 명확히 해야 조언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지표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한국경제가 악화일로에 놓여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인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경기 위축에 대한 정부의 체감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엔 세계경제 역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는 더 암울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 현실에 눈높이를 맞추고, 가성비 높은 정책 추진이 절실한 실정이다.
◆"내년 경제위축 우려" vs "내년 경제성과 가시화"

KDI는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2.9%로 예측한 뒤, 6개월이 지난 6일 2.7%로 0.2% 포인트(p)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역시 0.1%p 낮춘 2.6%로 전망했다. 특히 체감 성장률은 이보다도 0.2~0.3%p 더 낮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발 금리인상 압박에 외환당국인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어도 내년에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서민 경제는 긴 겨울잠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올해 크게 위축된 국내 투자 역시 내년에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특히 건설투자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경기둔화에 무게감만 더하는 실정이다. 실업률도 올해 3.7%에서 내년 3.7%로 전망됐다. 내년에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효과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소득 불평등과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 없이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성장정책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접근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인센티브가 생긴 상황에서, 성장 모멘텀은 내년 이후나 내후년쯤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의 이 같은 전망과 달리, 정부의 셈법에는 다소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부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당초보다 다소 낮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최근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표현한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2%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내년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경제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와 2.8%에서 각각 2.7%로 낮췄다. 지난 4월 3.0%로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2.8%로 하향조정했다. 내년엔 2.6%로 한은보다도 0.1%p 낮춰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9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낮췄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같은 달 당초 3.0%에서 2.9%로 조정한 바 있다.

◆'현실에 맞는 경제 시그널 필요해'

경제심리가 실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역시 시장에 주는 '시그널'을 찾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과 본예산을 상당부분 소진했으며, 긴급 맞춤형 일자리까지 마련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 내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 가로막 제거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경쟁력 확보에 마중물을 부을 태세다.

그러나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거나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반전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첫 카드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동반 교체설이 거론된다. 1년 넘게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의 갈등설이 불거졌고, 경제사령관과 경제정책설계자의 실적 역시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책적인 변화보다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성과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인사정책만으로 경제위기의 실타래를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특히 경제수장 교체에 이어 확실한 경제 청사진을 청와대가 마련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 들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가 내년 예산 내용에 대해 야권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및 복지 예산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벌써부터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는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규제개혁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만 걷는 신세다. 보다 못한 재계는 정부의 규제개혁 속도에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규제개혁에 대한 진전이 별로 없다"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들고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제조업 위기를 극복할 산업경쟁력 청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이런 것을 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자생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합의하면서 방향성을 제시할 때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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