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 칼럼] 진정한 교육의 관심은 어디에 ?

2018-11-06 10:18
  • 글자크기 설정

[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요즈음 비리 유치원에 대해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공분이 뜨겁다. 이러한 여론 때문인지, 심지어는 한 토론회에 나온 유치원 원장님의 옷이 고가의 유명 브랜드다 아니다 등등의, 핵심을 벗어난 이슈들로 시끄러울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회, 정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나서서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입장 발표를 하는 등 연일 유치원에 대한 기사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학교의 비리 문제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하지만 국회, 정부 혹은 여러 단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내용이나 질에 대해 혹은 급격히 변화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왔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유치원 교육뿐 아니라 우리의 초·중·고 교육,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대학 교육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이 시대에 국제적 경쟁력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인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의원님들이나 정부 관계자들 혹은 민간단체들을 필자는 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만 해도, 우리의 경제적 위상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있으나 대학의 경쟁력은 70~80위권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위상이 떨어져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의 대학이 변화가 필요 없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이 있다. 이들 기업은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세계 시장에서 처절하게 변화하면서 그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최소한 수도권의 대학들은 매년 들어오는 입학생이라는 안정적인 수요 속에서 정해진 정원 아래 굳이 변화하지 않아도 조직을 영위하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다.

최근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는 이야기를 간혹 하기는 하나, 필자의 눈에는 우리나라 대학이 경쟁 체제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원이 다 정해져 있는데 이것을 경쟁 체제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학교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등록금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고 정원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이 정해진 틀 안에서 운영된다는 면에서 경쟁 체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이러하니 대학 내부에서도 학과의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래전 산업의 특수성으로 만들어진 학과조차도 교육부가 정해준 정원을 바탕으로 나눠 갖고 있는 구조이므로 학과나 교수 간에도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어떠한 학과는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없고 산업 수요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학과 정원을 똑같게 유지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큰 변화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나라를 만드는 것을 많이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산업들은 기존의 칸막이 학과식 교육들을 두루 연계하는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들이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계공학도 필요하지만 제어회로의 전자공학, 인공지능의 컴퓨터 교육이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학과라는 울타리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새로운 전공 혹은 분야를 학생들이 4년 내내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드론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 무인자동차를 만들어 보고 싶은 학생들이 4년 내내 관련 과목을 학과를 초월하여 자유롭게 수강하면서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졸업할 때쯤 자신들의 졸업 작품을 당당하게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을 우리의 산업체들은 필요로 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대학이 이러한 요청에 귀를 귀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

대학의 교육뿐 아니라 초·중·고 교육에서도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여주고 스스로 사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높여주는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러한 교육을 어떻게 어릴 때부터 잘 진행하느냐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의 입시 중심 교육이 이러한 흐름에 맞는지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평생을 초·중·고 교육 분야에 몸담으셨던 어느 은퇴하신 선생님께서 회고하듯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초·중·고 교육 분야에 경험이 없거나 이해가 부족한 분들이 과거에는 낙하산 식으로 교장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대개 이러한 분들이 항상 강조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었다. 궁금해 무엇이냐 물으니 바로 환경미화라고 하셨다.

사실 교장이라는 자리는 해당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어떠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교육의 방향이 잘되고 있는지, 과연 어떠한 교육을 해야 아이들이 미래의 세상에서 일꾼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이끌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이 없으니 본인의 지도력을 환경미화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매일 학교를 돌면서 지저분한 것을 지적하고 학급별로 환경미화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시상하고 하는 등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심을 온통 환경미화에 쏟게 해 정신없이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그러고 나면 학교나 각 학급의 모습이 그럴싸하게 변해 있고 뭐 좀 변화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미화에 전념하는 학교의 교육 내용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를 대비한 교육인가.

지금 국민들의 관심인 유치원의 비리 사건을 보면서, 이러한 관심이 그냥 환경미화만 강조하는 그러한 관심에서 그칠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이러한 기회에 우리의 교육 내용과 방향에 대한 관심과 고민으로 한 단계 승화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게 진정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