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통합 출범 30주년을 하루 앞둔 31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 달성을 발표하며, 자축했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지만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며,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창립 기념일도 이에 맞춰 11월 1일로 정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31일 올해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과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 20.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1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15조6400억원)를 훌쩍 뛰어넘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영업이익률도 55.1%를 달성하며 직전 분기의 사상 최고치보다 2.3% 포인트 증가했다. 제조업계의 꿈의 숫자로 부리는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100원치 팔았을 경우 절반 이상이 남는 셈이다.
특히 내달 1일 '제49회 창립기념식'을 맞는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실적이 그 어느 때보다 뜻 깊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제49회 창립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병철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1969년 1월에 설립(삼성전자공업)했기 때문에 '49번째 생일'이긴 하지만 11월 1일 창립기념일을 기준으로 하면 30번째다.
통합 출범 만 30년을 맞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그간 상전벽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1989년까지만 해도 D램 시장에서 일본 도시바와 NEC,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이어 점유율 4위에 그쳤으나 3년 뒤인 1992년 13.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서더니 지금은 전 세계 D램 매출의 45% 안팎을 차지하면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미국 인텔을 제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패권을 차지했다. 1988년 3조282억원 매출에 17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의 호실적에 힘입어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 안팎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만에 영업이익은 82.6배, 영업이익은 무려 373.6배로 늘어난 셈이다.
매출액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1730조원)의 14.4%에 해당하는 것이다. 올해 뉴질랜드 GDP(249조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가로 따지면 세계 40위권에 해당한다.
◆반도체 세계 1위 원동력 ‘확고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
반도체 후발주자에서 세계 1위로 거듭난 삼성전자의 원동력은 확고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로 꼽힌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6년 전 세계 D램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상황에서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글로벌 업계가 모두 의아해했지만 3년 뒤인 1988년 D램 시장이 대호황기를 맞으며 놀라운 혜안이었다고 일컬어졌다.
그의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도 회장이 수시로 일본을 직접 방문, 반도체 기술자들과 만나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은 기술 확보에 대한 욕구와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선대회장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기술 리더십 강화를 통한 사업 역량 제고를 위해 반도체에만 총 24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반도체 사업은 ‘초일류 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끌었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비전을 갖고 있는 만큼 미래도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제49회 창립기념식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문장인 김기남 사장이 참석해 최근 실적 호조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