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클럽'에 가입한다.
‘반도체 가격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올 하반기 최대 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상반기 영업이익(9조9300억원)을 더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무난히 넘어서게 된다.
◆하반기 영업이익 최대 12조 전망···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에도 6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뜻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사의 증설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이라며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11조59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1%의 높은 증가세를 시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많은 우려 속에서도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은 양호하게 전개 중”이라며 “과거와 달리 제한적인 공급 증가 속에서 큰 폭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4분기부터 하락세 전망
다만 올해 4분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지금까지의 초호황기를 벗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양산 개시 등에 따른 충격완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평균 계약가격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5% 감소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대 4%의 하락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공급량이 크게 증가하고 수요는 제한적으로 추정되면서 전망치가 조정된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이미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 주력 품목인 MLC(Multi Level Cell)는 물론 프리미엄 제품인 SLC(Simple Level Cell)도 공급 초과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 4분기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USB 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의 범용 제품인 128Gb MLC의 지난달 평균가는 5.07달러로 전달보다 3.8%나 떨어졌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9개월 연속 5.60달러 선에 거래되다가 7월 5.9% 급락한 뒤 8월에는 다시 보합세를 보였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하강곡선을 그렸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가격 하락은 MLC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초과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올 4분기에는 MLC와 SLC 제품의 계약 가격이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운드리 등 수익처 다변화로 정면 돌파
SK하이닉스는 우선 현재 총 매출의 70%가 넘는 D램 위주의 수익구조의 전환을 통해 ‘연착륙’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다.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개발 사례가 없는 96단 4D 낸드플래시 개발을 올해 완료하고 올 연말 샘플 출하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시장에 본격 선보인다. 5세대인 96단은 64단보다 적층수를 50% 이상 높인 것이다.
생산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2조2000억원이 투자된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 건설을 올해 말 가동해 내년부터 3D 48단과 7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올해 설비투자액도 지난해 10조3000억원에서 30%가량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며 “나머지 부분이 낸드플래시에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을 강화할 경우 수익구조는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중국 장쑤성 우시 지방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에 현지 공장 착공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높여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 활로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