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거세지면서 중국 내 애플 납품업체들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려는 분위기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매 주간지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18일자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중국 엑소더스(대탈출) 행렬 선봉에 선 회사는 안방업체인 고어텍이다. 선전증시 상장 음향기기업체인 고어텍은 애플의 무선 이어폰 '아이팟'을 생산한다. NAR은 이 회사가 아이팟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애플 납품업체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을 이유로 생산거점 해외 이전 계획이 확인된 첫 사례다.
다만 생산거점 이전 계획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애플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고, 기존 협력사들과의 계약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NAR은 고어텍이 애플 관련 생산거점을 중국 밖으로 옮기려는 건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난처해진 애플과 중국 내 납품업체들의 처지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라며 애플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은 애플이 연간 매출의 20%를 의존하고 있는 핵심시장이다. 생산거점 이전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웨이 유안타투자컨설팅 홍콩 주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을 바란다면, 애플이 가장 분명한 표적"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 거세지면 애플과 주요 협력사들이 고도로 불투명한 정치 리스크(위험)를 떠안을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연간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폭탄관세를 물리는 것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대중 무역전쟁에 나섰다. 8월에 160억 달러(세율 25%), 9월에는 2000억 달러(10%) 등 연간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이 폭탄관세 표적이 됐다.
에어팟은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 3차 폭탄관세의 표적이 됐다가 최종 결정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중국 내 애플 납품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2670억 달러어치에 이르는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또 다른 중국 내 애플 협력사인 대만 정와이정밀공업(폭스링크)과 페가트론도 미·중 무역전쟁을 이유로 중국 밖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의 아이폰 충전기와 커넥터 등을 생산하는 정와이정밀공업은 중국의 일부 생산물량을 대만으로 다시 가져오거나, 동남아시아지역에 공장을 신설해 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TC 궈 회장은 "(대만 신베이시) 투청 공장의 설비 확장을 검토 중"이라며 "1~2개월이면 되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비상계획의 일환으로 대만 공장 인력을 200~300명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궈 회장은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 생산설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수십 년 된 납품망과 현지 지방정부의 세제혜택 등을 감안하면 중국을 떠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와이정밀공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폭탄관세 부과 여부를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다음으로 아이폰을 많이 조립하는 페가트론은 비애플 제품 생산지를 중국에서 대만으로 옮겨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더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