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점진적 금리인상 입장이 재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7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이전보다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점진적 금리인상이 안정적 경제 위한 최선책"
CNBC는 "연준 위원들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안정적 경제를 유지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연준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을 "가장 큰 위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빠른 속도로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발언 전에도 지난주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연준이 미쳐버렸다"며 시장 급락의 책임을 연준에 돌리기도했다.
앞서 지난 7월과 8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시장 약세나 경기 위축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이후 총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정상화 이후 "제약적 통화정책" 논의 활발
외신과 전문가들은 9월 의사록에서 특히 연준의 '제약적 정책' 논의에 주목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이후 연준이 금리정상화뿐만 아니라 좀더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제약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과열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연준이 금리인상이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화긴축적(매파적) 입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금리인상의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두 명의 위원만이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상승의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약적 통화정책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위원들은 통화정책이 당분간(for a time), 추가적인 몇몇 위원들은 '일시적으로(temporarily)' 제약적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연준 위원들은 이제 금리를 얼마나 높게 올리느냐를 두고 논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면서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위원들은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연준의 기준금리가 이른바 '중립금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금리수준과 '중립금리'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크다면서, 현재 경제수준은 더 높은 금리도 감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매파적 메시지를 지닌 연준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 9일 3.2%를 돌파하며 급상승했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17일 다시 3.2%를 넘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해 연준 고문 역할을 맡았던 예일대학교의 윌리엄 잉글리시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금리를 올리면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연준 의사록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미국 경제의 불안 요소도 언급돼 있다. 연준은 "노동력 부족이나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경제주체들의 생산과 투자를 제한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올렸으며, 오는 12월에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19년에는 3차례, 2020년에는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