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경영진의 국감 출석을 종종 "혼나러 간다"고 빗댄다. 한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경영진이 출석해도 사안에 대해 해명은 못하고 호통만 듣고 나오기 일쑤고, 이로 인한 이미지 손상은 오롯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며 “증인이 아니라, 국감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난 의원들에게 ‘혼나러 가는’ 증인 출석을 누가 달가워하겠냐”고 푸념했다.
기업인 소환은 올해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도 기업인을 불러 호통을 치는 모습은 반복됐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박현종 BHC 회장, 김근식 서연이화 대표이사, 박상신 대림산업건설 대표이사,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 김태준 르노삼성차 영업본부장 등은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별다른 해명도 못한 채 의원들의 호통만 듣다가 증인석을 떠났다.
수년간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기업들은 경영진의 증언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 “어차피 제대로 된 해명도 못하고 혼만 나고 돌아올 텐데 열심히 준비해 뭐하냐”는 게 한 임원의 전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감에서 정무위 의원들이 했어야 하는 일은 그들이 ‘죄인’처럼 취급하는 대기업 경영진을 불러놓고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피해를 봤다는 중소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정위에 해결책을 묻는 방식이었다면 훨씬 더 발전된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
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치는 관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의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기 위해 기업인들의 출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세상은 달라졌다. 기업인에게 호통치는 의원의 모습은 더 이상 ‘사이다’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국감에 나서 기업인들을 질타하는 의원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원들이 빨리 알아차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