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 살해 의혹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경제개혁에 역풍을 맞게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증시는 곤두박질쳤고,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투자포럼에는 세계적인 큰손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마켓워치는 14일(현지시간) 카슈크지 파문 속에 사우디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6년 발표한 '비전2030'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석유 의존에서 탈피한 경제 다변화로 사우디를 세계적인 투자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카슈크지 파문으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은 빛을 잃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엄중한 응징을 하겠다고 경고했고, 미국 의회도 정부에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우디가 이에 대한 보복을 경고한 가운데 독일, 영국, 프랑스가 믿을 만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EU 차원의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우디가 수세에 몰리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증시의 타다울종합주가지수는 이날 3.51% 추락했다. 장중 한때 낙폭이 7%에 달했다. 이로써 지수는 카슈크지가 사라진 지난 2일 이후 10% 가까이 추락했다. 마켓워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경제개혁 야심을 상징하는 연례 투자포럼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거물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경제개혁 꿈이 흔들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오는 23~25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인 FII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빌 포드 포드 회장 등이 불참 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이날 전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밥 배키시 비아콤 CEO, 스티브 케이스 AOL 공동창업자는 물론 CNN,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유력 매체들이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ABC뉴스의 '디스위크' 프로그램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전날 테러 자금 문제 때문에 이번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커들로는 다만 이번 주 상황에 따라 므누신 장관의 불참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처음 열린 FII는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포럼'을 본떠 '사막의 다보스'라고 불린다. 지난해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약 90개국에서 3800명의 거물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