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사 채용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채용 규모를 늘린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회계사들이 대형 회계법인에 몰리면, 상대적으로 중소형 회계법인은 사람을 찾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올해 4대 회계법인은 1198명을 채용했다. 지난해보다 21.5% 증가한 규모다. 또 올해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 904명 중 87.6%인 792명이 4대 회계법인에 채용됐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2010년 이후 4대 회계법인은 매년 700~800명의 수습 회계사를 충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등록공인회계사 수는 약 5000명으로 변동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대형 회계법인의 인력 부족은 충원인력 부족이 아닌 다수의 퇴직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형 회계법인이 퇴직자 충원을 위해 수습 회계사를 싹쓸이는 현실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역시 "회계사들이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하려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다만 감사부분 인력 유출로 채용을 늘리는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회계법인은 인재양성이나 인력관리 부문에서 부실한 게 없는지 검토하고 숙련 인력을 지킬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대형 회계법인에 숙련 인력들이 많아야 전반적인 감사의 질도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인회계사 3명 중 1명꼴 이상으로 '휴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회계사 2만75명 중 휴업 신고를 한 회계사는 36.1%인 7256명이다. 휴업 회계사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들어가서 기업 회계감사라는 본업을 하는 대신 일반 직장에 취직한 경우 등이 많다.
휴업 회계사는 10년 전인 2008년 6월 말에는 3364명으로 전체 회계사의 29.6% 수준이었다. 10년 사이 휴업자가 2배 이상으로 늘었고 비중 역시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