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에서의 가계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유자금을 은행이 아닌 부동산과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옮긴 탓이다.
반면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대기성 자금을 늘리면서 예금이 크게 늘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 총예금 대비 가계예금 비중은 45.4%로 1년 전 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예금 비중은 1990년대 말 60% 중후반까지 올랐으나 2000년대에 들면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저금리로 예금 보다는 펀드 등 다른 재테크 수단에 관심이 높아졌고, 부동산 시장 열풍에 은행에 맡겨뒀던 여유자금을 투자한 영향 때문이다.
반면 은행 총예금 대비 기업예금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상반기 말 기업예금 비중은 29.8%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예금 잔액은 403조72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 증가했다.
이는 경제 상황이 불확실 하자 설비 및 기술투자보다는 우선 현금자산을 쌓아두고 경제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심리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금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에서 기업은 2015년 하반기부터 가계를 꾸준히 앞선다.
기업예금 증가는 기업이 위험한 투자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가계에 주식 등 은행 외 투자처가 많이 생긴 영향으로 보인다”며 “반면 기업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 경영 행태가 늘어나고 있어 예금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