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보안업계가 ‘큰 손’의 등장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 국내 4위 물리보안업체 NSOK와 합병을 준비하고 있고, SK인포섹 인수까지 추진하면서 ‘공룡 보안업체’ 설립을 내다보고 있다. 업계 1위를 수성하던 에스원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움직임 또한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조사한 ‘2017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보보호산업 시장 규모는 9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물리보안 시장은 6조7983억원, 정보보안은 2조7064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안시장은 세분화, 전문화돼 있고 단순히 한 업체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점유율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판도 변화를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에스원도 별다른 대응 없이 상황을 지켜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현표 에스원 대표는 지난달 개최한 솔루션페어에서 “(SK텔레콤이)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협력의 여지도 있다. 에스원이 독보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을 때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해외 판로 개척이 어렵다는 보안업계 특성과 국내 보안시장 성장률이 위축되는 추세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보보호산업은 2015~2016년 10.0%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2016~2017년에는 5.1%로 반토막 났다.
현재는 소상공인 보안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KT텔레캅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보안 서비스가 상가나 고급 주택단지를 넘어 아파트까지 확장되면서 통신 서비스와 함께 그 중요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계 큰 손인 KT가 KT텔레캅의 활용방법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유수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보안업체가 일본이나 동남아 등에 조금씩 나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화 하기는 어렵고, 국내 시장에서 집중해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덩치가 크면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업체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