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홍보에만 ‘혈안’된 중기부, 독립성 보장 협단체에까지 ‘갑질’(?)

2018-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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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강제하고 기관·단체별 실적 점검···홍종학 장관 역할론 도마위

홍종학 중기부 장관.[사진= 중기부]


기업 약자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적 달성을 위한 정책 홍보에만 역량을 집중, 제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민간단체에까지 상급기관의 힘을 활용, 정책홍보 성과를 제출하게 하는 등 ‘갑질’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실이 입수한 ‘중기부 취합 일일보고’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는 17개 기관 및 협·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실적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었다. 홍보를 강제한 후 일일보고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점검 회의' 참석을 강요하는 요청문까지 발송해 기관‧단체들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기부가 취합한 일일보고를 보면, ‘홍보전담반’ 활동 상황은 물론 기관장 간담회 및 설명회 개최, 언론홍보, 이메일, 현수막, 리플릿 현황 등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각 기관들이 홍보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구분돼 있다.

이는 독립성이 보장된 유관기관 및 단체들을 마치 소관부서인 것처럼 생각하는 갑질 행태로, 도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기부의 이 같은 강제 홍보로 민간 협·단체는 5월 중순까지 단체장 현장방문 36회, 홍보전담반 간담회 76회(4395개 업체), 일반간담회 120회(6457개 업체), 언론 노출 87회, 리플릿 2만6000개, 이메일 55만개에 달하는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일일보고에 기록됐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목표치 대비 현장홍보 93.6%, 현수막 121.8%, 리플릿 285%의 좋은 성과를 달성하게 된 것은 '쥐어짜기식' 실적 발표라고 곽 의원실은 질타했다.

특히 중기부가 독립이 보장돼 있는 유관기관에 고액의 광고를 내도록 직접 지시한 의혹도 제시됐다. 곽 의원실 측은 “(이런 배경에서) 유관기관이 내부 직원을 동원해 전화홍보를 하고 고액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며 “전화홍보는 4월에서 6월까지 3개 기관, 광고는 5월 말쯤 2개 기관이 실시했는데, 실행된 날짜가 같아 중기부의 직접 지시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중기부는 유관기관 본부장이 참석하는 홍보계획 회의를 열어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차관 주재 회의에 유관기관 기관장과 협‧단체 부회장을 참석시켜 기관별 홍보실적을 점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와 창업 정책에 관련해서도 관계단체에 홍보협조공문을 배포하고 실적을 일일이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곽 의원은 “유관기관을 콜센터나 광고대행업체로 여기고 민간단체를 소관부서로 생각하는 중기부의 행태를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반드시 개선시키겠다”고 비판했다.

중기부의 이러한 갑질 행태는 수장인 홍종학 장관의 역할론으로까지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홍 장관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중소기업 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 전달과 실행에만 매몰되다 보니, 중소기업계가 기대했던 경쟁력 끌어올리기 역할에는 소홀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남에도 불구, 반대로 일자리 창출 기업 위주로 지원하는 정책을 홍 장관이 장려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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