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빅2'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흔들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수출에서 4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가격 고점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평균 계약가격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5% 감소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대 4%의 하락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공급량이 크게 증가하고 수요는 제한적으로 추정되면서 전망치가 조정된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이미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 주력 품목인 MLC(Multi Level Cell)는 물론 프리미엄 제품인 SLC(Simple Level Cell)도 공급 초과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 4분기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USB 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의 범용 제품인 128Gb MLC의 지난달 평균가는 5.07달러로 전달보다 3.8%나 떨어졌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9개월 연속 5.60달러 선에 거래되다가 7월 5.9% 급락한 뒤 8월에는 다시 보합세를 보였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하강곡선을 그렸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가격 하락은 MLC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초과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올 4분기에는 MLC와 SLC 제품의 계약 가격이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D램익스체인지의 이 같은 분석은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초호황이 막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이 지나쳐 어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경고했다.
반면 지나친 우려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장이 초호황 이후 급격하게 위축되는 사이클을 반복했지만 AI(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업계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 부문은 당장 실적으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달 대비 22.4% 급감했다. 선박(55.5%), 철강(43.7%)에 이어 셋째로 감속폭이 컸다.
국내 자동차업계 1위인 현대차는 지난달 판매량이 국내 5만2494대, 수출 33만2339대 등 총 38만48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고 밝혔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 경기가 전 세계 제조업 호황에 편승하지 못한 상황에서 버팀목에 해당하는 품목의 수출마저 부진할 경우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비관론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위기론을 근거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