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 다듬기 위해 출전했는데···”
국내에서 열리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를 앞두고 유소연(28)은 고민 끝에 일본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을 결심했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컨디션 조절 차원이었다. 그런데 덜컥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유소연 스스로도 놀란 네 번째 내셔널 타이틀 획득이었다.
유소연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유독 강했다. 2009년 오리엔트 중국 여자오픈, 2011년 US 여자오픈,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 이어 자신의 네 번째 내셔널 타이틀 대회 트로피를 수집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9승, LPGA 투어 6승을 거둔 유소연은 일본 무대 생애 첫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장식했다.
이 대회 우승 후 유소연은 “매 경기에 우승을 목표로 참가하긴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직전 경기력을 다듬기 위해 출전을 결심해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네 번째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소연은 “향후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꼭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된 의미 있는 우승”이라고 덧붙였다.
1968년 시작한 일본여자오픈에 한국인 챔피언 이름을 새긴 건 2000년 이후다. 2002년 고우순을 시작으로 장정(2006년), 이지희(2008년), 송보배(2009년), 전인지(2015년)가 우승했고, 유소연이 6번째 한국인 우승자가 됐다.
이날 유소연은 대회 3연패를 노렸던 하타오카 나사의 꿈을 무너뜨렸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날을 나선 유소연은 6~7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리드를 잡은 뒤 9번 홀(파4)과 12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하타오카 나사를 4타 차로 따돌렸다. 하타오카 나사가 경기 막판 버디 2개를 더해 추격에 나서자, 유소연은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유소연은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욕심 없이 경기에 임하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며 “우려와는 달리 날씨가 나쁘지 않았고, 샷 감도 좋아서 공격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었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JLPGA는 이번 대회를 끝내고 유소연을 향해 ‘스마트한 골프의 본보기’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유소연은 “너무나 좋은 평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향하기 때문에 안전한 공략이 필요한 홀에서는 스스로 마음을 많이 억누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전체적인 코스 매니지먼트가 잘 되었던 부분이 좋은 칭찬을 듣게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날 유소연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참가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유소연은 “앞으로 최대 목표는 2020 도쿄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라며 “선수층이 두꺼운 한국을 대표하는 것은 영광이다. 일본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소연은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LPGA 투어 국가대항 단체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유소연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돼 더욱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면서도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팀이 되어 경기하기 때문에 국내 골프 팬들 앞에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