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척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전문위원 "서민 중금리대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시급"

2018-10-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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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보다 연체없이 적시에 상환하려는 의지에 초점

소득외 부동산·車 등 근거로 자산수준 지수화 필요

시장 감안···소외된 소비자 대출 공급 정책 수반돼야

최척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전문위원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평가모형에서 좀더 확대된 정교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등 시장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공급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으로 서민들의 연간 대출이자 부담이 3500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현 정부의 대표 금융정책인 '포용금융', '서민금융' 기조에 따라 모든 금융권이 금리단층 해소를 위해 움직인 결과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적한 과제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평가 시스템의 보완이다.

실제로 1금융권인 은행은 평가 기법 부족과 평판 리스크 우려 등으로 자체 상품 판매에 소극적이다. 저축은행도 개인신용대출 중심의 상위 업체 위주로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 시스템 미비로 대출금리가 대부분 15~20%에서 형성돼 다소 높은 중금리 분포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척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전문위원은 “단순히 소득과 부채만 놓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닌, 기존에 활용하지 않던 다양한 기계학습 방법론들을 활용한 정교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교화된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절실

신용평가의 정교화와 관련해 최 위원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변별력 확대와 합당한 혜택’이라고 정의했다. 신용평가가 어려운(금융거래가 없는) 금융소비자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우량한 고객을 선별해 내고, 금융거래가 있는 소비자는 신용등급에 걸맞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신용평가가 정교화되는 이유는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에 따라 중금리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내역만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신용평가 기준으로는 다양한 금융 소비계층이 중금리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신용평가 개선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선별능력을 강화하고, 금리구간별 신용위험에 대해서도 세분화된 전략을 세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최 위원은 “가계소매금융의 원칙은 신용도가 우수한 사람은 저금리, 신용도가 나쁜 사람은 고금리로 차별해서 대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며 “하지만 이는 양극단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중간에 비어있는 중금리대출 금리구간에 대한 공급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더 세밀하고 정교한 신용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신용평가 고도화가 빠르게 추진되는 이유는 중금리대출의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최 위원은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는 금융소비자의 이익과 직접 연관된다”며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현황을 보면 4등급 이하 대출자의 경우 신용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고 2금융권 잔액이 줄어 가계의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CB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A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계좌 38만개를 분석한 결과, 4등급 이하 중금리 대출자의 신용등급은 개설 전 4.62에서 3개월이 지난 뒤 4.31로 올랐다.

6개월 후에는 4.27까지 상승했다. 또 개설 전 중금리 대출자의 2금융권 대출잔액은 1조8000억원에서 6개월이 지난 현재 10%가량 잔액이 줄었고, 2~5%의 금리 차이로 약 62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은 “신용평가는 그동안 금융거래 위주로 평가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이제는 정보와 기술 측면에서 평가를 정교화해 변별력을 강화하고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통신요금 납부실적 등 평기 기준 다양

현재 운영되는 신용평가사의 개인신용 평점은 차주의 소득과 같은 상환능력보다는, 본인의 채무를 연체 없이 적시에 상환하려는 의지를 주로 평가하는 모형이다. 따라서 소득이 매우 높더라도 낮은 등급이 부여될 수 있다.

소득정보는 일반적으로, 채무를 제공하기로 선별한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의 채무(한도 또는 금리)를 제공할지 결정하는 추가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소득 이외에도 부동산, 자동차 등 여러 자산이 소비자의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각 소비자의 자산수준을 지수화하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 정교화를 위해서는 금융거래정보 이외의 대안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새로운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최 위원은 강조했다.

최 위원은 “통신요금이나 공공요금의 납부실적 외에도 인성, SNS 등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해 신용도와 상관성이 높은 패턴을 찾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평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활용하지 않던 다양한 기계학습 방법론들의 적용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정보가 신용과의 상관도가 매우 높더라도, 소비자에 대한 설득력이 없다면 평가에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특정한 방법론이 모든 금융거래상황에 우위를 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각 케이스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용평가 기술의 발전은 거래가 없었던 소비자에 대한 정교화에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시장 상황 감안한 평가모형 개발해야

중금리 대출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신용과잉 공급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적절한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에 최 위원은 “단순히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중금리 대출 정책은 기존 신용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가라는 취지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소외된 소비자를 먼저 이해한 정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은 중금리 대출이 필요한 주된 대상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 중 누구에게 얼마나 제공할지를 적절한 대내외 정보를 활용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대안정보 활용과 새로운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특정 대상에 대한 평가모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도 평가를 세분화 및 정교화 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금리 인상 등 시장의 여러 불안요소를 감안해 평가모형이 예상대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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