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CFO 공백 장기화···매각 신호탄?

2018-09-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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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만료·사임 이후 4개월 가까이 후속 인사 없어

[사진=바이두]


중국 안방보험그룹 계열 국내 생명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공백이 3개월 이상 길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현재 안방보험그룹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중국 금융당국이 국내 생보사를 매각하기 위한 신호탄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그룹 계열 국내 생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CFO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이다.

ABL생명은 로이구오(Roy Guo) 전 부사장이 지난 6월 말 계약 만료로 사임한 이후 후속 CFO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도 2021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던 짱커 (Zhang Ke) 전 부사장이 지난달 1일 돌연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이후 CFO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부인사가 CFO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나 이들을 CFO로 승진시키지도, 새로운 CFO를 선임하지도 않고 있다.

짱커, 로이구오 부사장은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과 함께 일한 인물로 꼽힌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현직에 있을 당시 짱커 부사장은 안방보험그룹 재무부 총경리·총괄 등을 역임했고, 로이구오 부사장도 안방보험그룹의 캐나다 소재 자회사에서 이사직을 맡았다. 두 부사장 모두 안방보험그룹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한 이후 회사의 재무 관리를 장악하기 위해 내려 보낸 핵심 인사다.

때문에 안방보험그룹의 내부 사정 탓에 두 부사장이 물러났으며, 후속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은 올해 초 중국에서 경제사범으로 기소됐고 최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기소되는 동시에 중국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1년 동안 안방보험그룹을
 위탁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위탁 경영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나 향후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국내 금융권 일각에서는 동양·ABL생명의 CFO 공백 사실을 놓고 두 회사가 곧 매각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차피 조만간 매각할 회사에 중국인 임원을 보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재무를 총괄하는 CFO 자리를 한국인에게 맡길 수 없으니 공석으로 비워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기소된 이후 불거진 동양·ABL생명 매각설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해외 자본유출 혐의로 기소된 만큼, 보감회가 안방보험그룹의 해외 자산인 국내 생보사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다수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을 바로 임명치 않았다고 해서 안방보험그룹 혹은 은보감회가 동양·ABL생명을 매각한다고 볼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매물로 나온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경우 이 같은 임원 공백 현상이 없다는 이유다.

IB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증권사들에 보냈다. 두 자산운용사는 동양·ABL생명의 계열사로, 두 보험사와 함께 안방보험그룹 계열로 편입된 바 있다.

두 자산운용사 모두 금융투자업의 특성상 CFO보다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업무는 구세훈 동양자산운용 부사장, 탄숭시얀 ABL글로벌자산운용 사내이사가 각각 별다른 이상 없이 맡고 있다. CIO 외 다른 임원직에도 별다른 공백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동시에 보험사 M&A에서 건전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올랐음을 감안하면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CFO가 없이 제대로 매각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현황 및 자본 확충 계획을 원매자에게 설명·소통할 CFO 없이 매각 작업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아직 후임 CFO 선임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CFO 공백과 회사의 매각은 연결하기 어려운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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