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그룹 계열 국내 생명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공백이 3개월 이상 길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현재 안방보험그룹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중국 금융당국이 국내 생보사를 매각하기 위한 신호탄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ABL생명은 로이구오(Roy Guo) 전 부사장이 지난 6월 말 계약 만료로 사임한 이후 후속 CFO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도 2021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던 짱커 (Zhang Ke) 전 부사장이 지난달 1일 돌연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이후 CFO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부인사가 CFO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나 이들을 CFO로 승진시키지도, 새로운 CFO를 선임하지도 않고 있다.
짱커, 로이구오 부사장은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과 함께 일한 인물로 꼽힌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현직에 있을 당시 짱커 부사장은 안방보험그룹 재무부 총경리·총괄 등을 역임했고, 로이구오 부사장도 안방보험그룹의 캐나다 소재 자회사에서 이사직을 맡았다. 두 부사장 모두 안방보험그룹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한 이후 회사의 재무 관리를 장악하기 위해 내려 보낸 핵심 인사다.
때문에 안방보험그룹의 내부 사정 탓에 두 부사장이 물러났으며, 후속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은 올해 초 중국에서 경제사범으로 기소됐고 최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기소되는 동시에 중국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1년 동안 안방보험그룹을 위탁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위탁 경영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나 향후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국내 금융권 일각에서는 동양·ABL생명의 CFO 공백 사실을 놓고 두 회사가 곧 매각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차피 조만간 매각할 회사에 중국인 임원을 보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재무를 총괄하는 CFO 자리를 한국인에게 맡길 수 없으니 공석으로 비워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기소된 이후 불거진 동양·ABL생명 매각설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해외 자본유출 혐의로 기소된 만큼, 보감회가 안방보험그룹의 해외 자산인 국내 생보사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다수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을 바로 임명치 않았다고 해서 안방보험그룹 혹은 은보감회가 동양·ABL생명을 매각한다고 볼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매물로 나온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경우 이 같은 임원 공백 현상이 없다는 이유다.
IB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증권사들에 보냈다. 두 자산운용사는 동양·ABL생명의 계열사로, 두 보험사와 함께 안방보험그룹 계열로 편입된 바 있다.
두 자산운용사 모두 금융투자업의 특성상 CFO보다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업무는 구세훈 동양자산운용 부사장, 탄숭시얀 ABL글로벌자산운용 사내이사가 각각 별다른 이상 없이 맡고 있다. CIO 외 다른 임원직에도 별다른 공백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동시에 보험사 M&A에서 건전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올랐음을 감안하면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CFO가 없이 제대로 매각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현황 및 자본 확충 계획을 원매자에게 설명·소통할 CFO 없이 매각 작업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아직 후임 CFO 선임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CFO 공백과 회사의 매각은 연결하기 어려운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