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구글, ‘영원한 건, 절대 없어~’로 시작하는 노래 틀어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말씀이시죠. 유튜브에서 재생하겠습니다.”
“오케이 구글, 이번 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양복 찾으러 가라고 알려줘.”
구글 직원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 홈’에 노래 일부분을 직접 부르면서 해당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자, 정확히 일치하는 음원을 재생했다. 시간에 따른 일정과 할 일을 예약‧안내해 주는 구글 홈은 비서라고 부르기에 손색없었다. 구글 홈에 탑재된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인식률, 문맥 이해도 등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예다.
구글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글 홈 행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구글 홈은 구글이 2016년 처음 선보인 AI 스피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글의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26.5%로 아마존(43.6%)에 이어 2위다. 그러나 한국어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국내 출시가 미뤄졌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을 출시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으로 적용 기기를 넓히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워왔다.
구글은 구글 홈에 '기계와 인간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연어 처리 기술,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의 성능을 개선해왔다. 미키 김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는 “구글 어시스턴트는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 사용자는 구글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AI 스피커를 출시한 상황이다. 구글은 후발주자로서 이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으로 △다중언어 이해 △보이스 매치 △다양한 파트너사 등을 꼽았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스페인어 등이 가능하고, 미리 두 가지 언어를 선택하면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인식한다. 쉽게 말해 영어로 말하면 영어로 답하고, 한국어로 명령하면 한국어로 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키 김 전무는 “다중언어 기능은 겉으로 봤을 때 쉬워 보이지만, AI가 영어와 한국어를 구분하는 것은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홈은 목소리를 구분해 개인화된 답변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사용자로 목소리를 등록해 개인 일정을 관리할 수 있고, 맞춤형 음악 재생 등을 하는 식이다. 최대 6명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구글 홈은 다른 사람의 콘텐츠가 아닌 개인에 맞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글은 전 세계 225개 스마트홈 파트너사의 기기와 호환해 5000여개의 제품을 집 안에서 음성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국내 제품으로는 LG전자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호환된다. 경동나비엔 보일러와 코웨이 공기청정기도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미키 김 전무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최대 장점은 AI 스피커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기기와 자동차(구글 오토) 등에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는 이날 사전예약을 시작으로 18일부터 정식 판매된다. 가격은 각각 14만5000원, 5만9000원으로 옥션과 SSG몰, 하이마트, 구글 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