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상견례 겸 오찬 회동을 하며 '협치'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낮 국회 사랑재에 모여 개헌, 선거구제 개편,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등 현안을 논의하며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문 희장을 비롯한 5당 대표들은 앞으로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정기적인 회동을 갖기로 했다. 모임의 이름은 '각 당을 초월해서 만나자'는 뜻에서 '초월회'로 정했다.
오찬을 주재한 문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여야 5당 대표 모임이) 정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국민 뜻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지는 시대다. 우리 민족이 도약할 천재일우의 기회가 다시 있을까 싶은 시대적 소명을 여러 군데서 얘기했다"며 "여기 계신 한분 한분이 시대적 소명을 갖고 같이하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곧 제출되면 심의해야 하는데, 심의에 앞서 5당 대표를 모아 협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장님께서 만들어주시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회의를 정례화해서 여러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이라든가 정치개혁할 수 있는 여러 법안도 이 자리에서 다뤘으면 좋겠다"고 문 의장 말에 힘을 보탰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현안이 대단히 많고 급속히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서로 현안에 대해 이견이 있다"며 "이런 자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서로 노력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모든 것이 청와대에 의해서 단독으로 이뤄지고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한 곳으로 집중해선 나라가 돌아갈 수 없고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그래서 개헌을 요구하고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회를 통해 국정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중요하다. 올라갈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내려갈 때는 잘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에 모이신 지도자들은 어쩌면 내려갈 때를 준비해야 하는 분들"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이어 "올라갈 때 못 봤던 것들을 잘 헤아려서 주권자인 국민들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며 "협력해서 선을 이루자는 말씀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민이 자기들이 뽑은 국회의원을 패싱하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대의할 사람들이 대의하지 못하는 불신은 선거제 개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쏟아냈다.
이정미 대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위원 명단을 빨리 확정해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큰 산을 넘으면 개헌 문제도 금방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년배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내각에서 손발을 맞췄던 이들인 만큼 회동 전 환담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는 모두 60대 중·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이른바 '올드보이'다.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함께 경쟁했다.
아울러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포함해 이해찬 대표, 김병준 위원장, 정동영 대표는 모두 참여정부 시절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문 의장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손 대표는 "문 의장은 제가 대학 때부터 존경하는 선배"라며 "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규제개혁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뵙겠다고 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자리를 마련해주시기도 했다"고 화답했다.
50대 초반인 이정미 대표는 "저는 어디 가서 올드하다는 얘기를 듣기에는 (아직 젊다)"며 "올드보이가 아니라 골드보이로서 협치를 잘 만들어보자"고 농담을 던져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