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연내 5G(세대)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아니라 에그처럼 모바일 라우터를 이용한 서비스인 데다 영역도 서울·수도권에 한정돼 진정한 의미의 5G 서비스인 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이동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11월 상용화 예정인 미국의 고정형 5G 서비스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는 5G 통신이 가능한 모바일 라우터가 출시되는 대로 5G 상용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모바일 라우터란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를 말한다. SK텔레콤의 포켓파이, KT의 에그 등이 이에 해당한다. 5G 통신이 가능한 모바일 라우터가 출시되면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에서 5G급 속도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라우터를 통한 상용 서비스가 가장 빨리 출시될 수 있는 시기는 12월 1일이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지난 6월 할당받은 5G 주파수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실제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을 경우를 전제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5G 상용화는 라우터나 5G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반으로 할 수 있다. 라우터 기반의 핫스팟 서비스는 이동하면서 5G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5G 상용 서비스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기지국 인증, 5G 통신장비 납품 및 설치, 무선국 허가, 서비스 인가와 신고 등 여러 절차를 앞두고 있어 올해 12월에 서비스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라우터를 통한 5G 서비스는 스마트폰 대비 가입자 모집에 한계가 있고, 당초 정부가 추진한 5G 스마트폰 기반의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5G 첫 상용화인지는 논란이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는 2011년 7월 4G LTE 모뎀과 휴대용 라우터로 첫 LTE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가입자가 미미했다”며 “3개월 후에 삼성전자가 LTE 통신이 가능한 갤럭시S2를 출시하면서 LTE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사들이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기려고 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오는 11월 28㎓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새크라멘토 등 7개 도시에서 5G 상용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워싱턴DC와 시애틀, 휴스턴 등 11개 지역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버라이즌이 구현하려는 5G 첫 서비스는 가정 등 특정 공간에서만 5G 속도의 인터넷(혹은 와이파이)을 사용할 수 있는 ‘고정형 무선 접속(FWA, Fixed Wireless Access)’이라서,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이동성’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5G 속도의 인터넷을 가장 먼저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5G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고정형 무선 접속 기술은 모바일의 특성이 결여돼 실제 5G 상용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