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가 3위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료방송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CJ헬로-딜라이브’ 인수설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초 LG유플러스와 인수합병(M&A) 설에 휩싸였던 CJ헬로는 최근 딜라이브 실사에 돌입, 케이블TV 사업자 인수로 방향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헬로의 딜라이브 실사는 지난달 CJ헬로 임원이 한데 모인 유료방송시장 M&A 관련 자체 세미나 직후의 행보라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세미나에선 유료방송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다수의 교수들을 초청해 M&A를 비롯한 유료방송시장 미래전략에 대한 자문을 받기도 했다.
이후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 주체자로 나선 모양새에 업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케이블사끼리의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앞선다. 현재 거론되는 딜라이브의 인수 책정가(약 1조3000억∼1조5000억원)가 CJ헬로가 감당하기엔 어렵다는 게 근거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CJ헬로가 연간 영업익이 16년 동안 1000억원 수준이었는데, 딜라이브의 가격을 계열사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여력이 없다”면서 “결국 CJ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유료방송사업을 팔까도 고민했던 그룹 입장에서 그 큰돈을 들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J헬로가 실사까지 나간 것은 딜라이브에 대한 전면 검토에 들어간 것이지만, 관건은 결국 가격”이라면서 “딜라이브의 부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와 실제 가입자 당 가치가 어떻게 매겨지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학계는 유료방송시장 재편은 통신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적이라는 시각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CJ헬로는 인수를 하든, 당하든 전체적인 몸집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하지만 유료방송시장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땐, 유료방송사업이 대형사업자 위주로 재편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형태로 가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몇 년 동안 CJ그룹이 CJ헬로를 팔고자 했던 태도가 명확했던 것을 미뤄봤을 때 CJ헬로의 딜라이브 실사는 케이블사를 구매하려는 통신사들에게 가하는 무언의 압력 혹은 시장에 독자생존 신호를 내겠다는 의도”라면서 “인공지능(AI) 등 융합기술이 확산되는 5G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케이블사끼리의 합병은 냉정히 볼 때 베스트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CJ헬로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13.1%로, KT(30.5%), SK브로드밴드(13.7%)에 이은 3위다. 이번에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한다면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하게 돼,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