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평양 갈까말까...시진핑의 고민

2018-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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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사진=아주경제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大)경사'라고 강조한 북한 정권수립일 '9·9절'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자칫 9·9절 행사가 '김 빠질까' 걱정이 앞서며, 시 주석의 방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과 중국간 기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동시에 향후 한반도 정세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9·9절 행사에, 시 주석의 방북은 회의적이란 전망이 다수다. 하지만 시 주석으로서는 '방북 취소'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시 주석이 9·9절에 방북할 경우,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밀착해 있다는 점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참여로 상실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했음을 알릴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대미 협상에서도 중요한 카드를 손에 넣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급변한 북·미 관계로 인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기념일을 앞두고 주민에게 달라진 북·미 관계를 선전하려는 목적이던 북한으로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어그러지자 난감한 상황이다. 북한은 9·9절을 맞아 평양에서 4차 북중정상회담을 하려던 계획마저 틀어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으로선 방북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방북을 안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세차례 방중과 거듭된 북한의 초청, 북에서 제안해 오는 최상의 의전 등"을 이유로 들며 동시에 "중국은 트럼프가 비난한 것과 달리,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도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중국은 그와 동시에 미국에게도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빌미를 주고 싶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방북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고 전했다.

또 "9·9절에 참석해 북한군을 열병하는 식으로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는 중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지금 시점에 중국이 방북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 미국의 압박에 의해 방북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중간 경쟁구도속에서 (중국)국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방북을 하지 않을 경우 특별한 명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급한 '명분'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발 뒤로 물러서 북·미관계가 급격하게 조정이 됐던 것처럼,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도 명분을 얻기 위해선 안보리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에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하게 될 개연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요구해 온 북·중 경제협력, 대규모 대북 지원 등의 선물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북·중 관계가 막후 협상을 통해 서로 실리를 찾는 범위내에서 '방북소동'이 정리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중 경협이 재개되면 중국이 제재를 먼저 완화했다는 신호를 줘 국제사회의 불신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상무위원급에서 시 주석을 대신해 방북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고위급 인사로 "리커창 총리나 시진핑 왕후닝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9·9절은 북·중 모두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복수의 중국 관리들이 '9·9절에 어떤 급에서 갈지는 결정 안 됐다'고 전했다"며 "시 주석은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시 주석의 외국 방문은 보통 일주일 전에 발표된다. 또 상무위원 등 고위급 외국 방문은 5일 전에 발표하는 만큼 내달 초께 누가 평양행(行)을 할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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