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은 대출이 관건인데 투자 목적으로 집 사는 사람들은 전세를 끼고 산다. 집값은 치솟았지, 여기에 대출까지 안 되니...실수요자만 집사기 더 어렵게 됐다.”
정부는 전날 서울 종로구, 중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4개 지역은 서울시 마스터플랜과 재건축 추진 등으로 급등한 용산, 영등포, 강남4구에 인접한 곳들로, 7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모두 0.5%를 넘는 등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투기지역 지정으로 해당 지역의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춰, 거래가 많지 않을뿐더러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 기미가 없어서다.
노량진 지역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대표는 “투기지역 발표 후, 매수 대기자들로부터는 가격하락을 문의하는 전화가 꽤 왔지만, 매도자들은 아직까지는 가격을 낮출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급이 계속 없는 상황에서 투기지역 지정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대출 규제 강화가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보다는 실수요자들의 ‘내집 장만’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투기지역으로 묶이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되고 2건 이상 대출이 있는 경우 만기 연장이 안 된다. 종로구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도 “강남 집값이 워낙 올라, 종로구에 투자를 하는 강남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 대부분은 전세 끼고 집을 사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남에 비해 집값이 한참 낮은 이들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불만을 제기했다. 투기지역으로 묶어 강남과 강북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 것이 아니라, 20~3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을 산 사람들한테 보유세를 많이 물리는 게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냐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투기지역’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올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투기지역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투기지역을 지정할 때 직전 2개월 간 아파트값 상승률 등을 기준으로 삼아, 분당구는 이번에 제외됐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은 공급 부족이다”며 “오히려 투기지역 지정 등으로 인해 매물 품귀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