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시작은 어떠한가요?
"지금 시작하는 게 맞는걸까"라고 두려워 하고 있진 않은가요?
이번 인터뷰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세계일주를 하며 새로운 시작에 나선 '제제미미 부부'의 남편 전제우씨(제제)입니다.
A. 퇴사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홀가분함과 시원섭섭함, 약간 아쉬운 것도 있었고 되게 오묘했어요. 학교를 졸업할 때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졸업하면 기분이 엄청 좋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짠한 그런 감정들이 있잖아요. 회사를 관둘 때도 그런 느낌이었죠. 졸업하면 학교로 다시 못 돌아가듯이, 회사를 나올 때도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나왔어요. 그래도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그만큼 두려움도 있었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또 그만둔 다음날 점심을 먹고 카드를 긁는데 '내가 앞으로 카드 값을 못내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갑자기 확 들더라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Q. '처음' 그리고 '시작'은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인데 제제미미 부부의 처음과 시작은 어땠나요?
A. 저희가 항상 얘기하는 게 '꿈은 크게! 시작은 작게!'거든요. 사람들이 시작을 엄청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했던 시작은 모두 엄청 소소한 내용이었어요. 트위터 한 줄 보낸 거, 사람들이랑 얘기한 거, 아니면 인터넷에 한줄 올린 거. 이런 것들이 나중에 큰 결과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저희는 시작은 항상 소소하고 작게 하고 있어요.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것이죠.
Q. 부부가 모두 퇴사한 것인가요? 생활비 문제는 어떻게 대비했나요?
A.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현실적인 문제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돼요. '퇴사해야지'하고 바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거든요. 퇴사를 마음먹고 준비하는 데 1년 정도 걸렸어요. 그 시간 동안 에어비엔비를 한다든가, 모바일 앱을 제작하면서 다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잡을 만들어 놓고 퇴사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죠.
Q. 결혼할 때 셀프 웨딩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A. 말 그대로 직접 다 하는 거예요. 보통 웨딩 플래너와 계약하면 예식장을 잡아주고 드레스 대여, 신혼여행 예약까지 모든 걸 다 정해주거든요. 저희가 이 모든 것을 직접 했어요. 드레스도 해외직구로 사 우리가 수선해서 입고, 예식장도 우리가 돌아다니며 구하고, 청첩장도 우리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어요. 결혼식도 우리가 직접 준비하고, 진행도 우리가 직접 했어죠.
Q. 그 과정에서 어려웠거나 후회됐던 점은 없나요?
A. 후회는 없지만 어려운 점은 많았죠.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뭘 하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원래 결혼식을 올림픽공원에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올림픽공원에서는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처음 거절을 당하고 고민하다가 박원순 시장한테 '왜 여기서 결혼식을 할 수가 없냐'고 트위터를 보냈어요. 그런데 바로 답장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하려던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담당자를 만나서 허락을 받았어요. 최종적으로는 남산에서 했지만 어쨌든 모든 걸 새로 시작하다 보니 장벽을 다 이겨냈었죠.
Q.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난 것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후회를 하시나요?
A. 이것도 약간 복잡해요. 내가 잘한 부분도 있고, '왜 이렇게 했을까.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똑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날 겁니다.
Q. 부부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엄청 심했을 텐데 설득하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A. 일단 주변 사람들이 단지 '그러면 안 돼'하는 건 무시했어요. 내 인생이고, 내가 책임 지는 거잖아요. 아무리 친한 친구, 선배, 선생님이라도 내 인생에 대해 책임져주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은 그냥 다 흘려버렸어요. 하지만 가족은 내가 자라오는 걸 제일 오랫동안 봐왔고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잖아요.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조차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다른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유일하게 설득시키고자 했던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었어요.
단순히 조르거나 앙탈 부리는 게 아니라 양가 부모님을 모두 저희 집에 모셔 발표를 준비했었어요. 2시간 정도 현재 세계경제 시장의 흐름, 국내 기업의 현실, 직군별로 근속연수 등을 보여주면서 왜 우리가 지금 퇴사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그 방법이 세계일주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했죠. 그러고 마침내 허락을 받았습니다.
Q. 퇴사 후 수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텐데 여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일단 버킷리스트 중에 전세계 여행이 있었고, 그때가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에어비앤비를 하면서 전세계에서 100명 정도가 왔어요. 그들 모두 사는 방식이 다 달랐거든요. 그래서 '우리 집에 오는 사람만 해도 사는 방법이 다 다른데, 내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게 될까'라고 생각해서 세계일주를 택했죠.
Q.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과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전에 비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과거 회사에 다닐 때 새로운 일이 생기면 '이게 가능할까? 힘들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행은 모든 게 새로운 것이예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어요. 무슨 일이 들어오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할 때도 모든 걸 오픈하게 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죠. 또 제가 퇴사하고 세계일주를 떠났지만 그것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듯, 모두 각자의 답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Q. 전제우 씨가 생각하는 진짜 삶이란 무엇인가요?
A. 한 번 뿐인 거죠. 인생은 한번 뿐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해야 하는 것, 그게 삶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포기하는 게 굉장히 많거든요. 호이 기자님은 지금을 행복하게 잘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대학을 위해서 고등학교 시절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서 대학시절을 포기하고 20대는 30대를 위해서, 30대는 노후를 위해서 포기하고 그렇게 계속 포기하는데 그게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죽을 때까지 계속 포기하게 되잖아요. 막상 죽을 때 내가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가 남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삶은 연속적이잖아요. 우리가 편의상 20대와 30대, 오늘과 내일을 나누지만 시간 단위로 쪼개보면 이어지는 것이예요. 결국 내가 오늘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할 수 있지, 오늘 불행한데 갑자기 내일 행복해지지는 않거든요. 결국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고 내일이 행복해야 모레도 행복하고, 지금 행복해야 계속 행복할 수 있는 게 삶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저희 책 부제에 적은 '망설이지 말 것, 완벽을 기다리지 말 것, 행복을 미루지 말 것' 이 세 가지는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였어요. 저희가 시작하지 못해서 나중에 후회했던 것이 망설여서 못했거나,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가 못했거나, 나중을 위해서 미뤘거나 이 세가지 때문이었어요. 지금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았으면 해요.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나 시작은 다 서투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의 행복을 미루지 말았으면 해요. 이 세 가지 말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제제미미 부부 전제우씨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전제우씨의 이야기를 통해 시작은 언제나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엇이든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보는 여러분이 됐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작성 및 수정 :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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