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 여파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환경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을 펼치면 된다."
지난 21일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넨 말이다. 이 관계자는 "재정을 통해 경제 문제를 푸는 것은 세금 낭비가 아니라 당연히 세금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했듯 어려우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올해 기준금리 동결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구혜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핵심물가와 고용여건만 놓고 판단하면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할 상황"이라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확인해야 할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 확인해야 할 것은 고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신규취업자는 전월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고용 부진에 대해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제조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여건을 감안할 때, 고용지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준으로 삼는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은은 2016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을 2%로 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하반기 물가가 급등한다 해도 연평균 물가수준은 한은 전망치인 1.6%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금리인상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터키에서 시작된 금융불안이 신흥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대한 교역조건 악화 등 실물경기의 부정적 영향이 하반기에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 부담이고,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등 하반기 국내경기 회복이 부진해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