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634조원을 굴리는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일 보건복지부가 한국납세자연맹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0.49%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올해 수익률은 1.16%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수익률 7.26%에 크게 못 미친다.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더 떨어진다면, 1%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의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제도 개편이 없을 경우 국민연금은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선다. 2057년에는 적립기금이 완전히 소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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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거대 자금을 움직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공백은 현재진행형이다.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1년 넘게 비어 있다. 지난 5년간 기금운용본부 직원 중 30%가 국민연금을 떠났다. 지난달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조차 전형적인 낙하산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지연 논란과 관련해 "하루빨리 (인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추락'이다. 이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하면 스튜어드십코드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인(고객)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자율 행동지침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에 국민을 대신해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취지로 도입했다. 일종의 연성법이지만, 국민연금의 위상 탓에 사실상의 강행 법규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주인이 집사를 믿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는커녕 스튜어드십코드 자리에는 '관치 경영' 논란만 남을 것이다.